'유명무실' 주주제안 제도…'개미 반란' 모두 좌절

입력 2013-04-21 09:28  

소액주주 주주제안 64건 주총 통과율 사실상 '제로'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와 감시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주주제안 제도가 여전히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들은 작년과 올해 22개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총 64건의 주주제안을 내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단 한 차례도 '개미 반란'에 성공하지 못했다.

2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12월 결산법인 12곳에서 총 36차례에 걸쳐 주주제안이 행사됐다. 작년(28건)보다 8건(28.6%) 증가한규모다.

주주제안은 1∼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주총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제도다. 회사 경영에서 소외된 일반 소액주주들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일부라도 가결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으며 제안 주체도 소액주주가 아니라 대주주였다.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KJ프리텍[083470] 주총에서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이기태 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신규사업 추가, 이사 정원 확대 등의 안건을주주제안했지만 부결됐고 사내이사 선임안, 감사 선임안만 일부 통과됐다.

이기태 전 부회장은 KJ프리텍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은 획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올해 주주제안으로 상장된 안건은 감사 선임이 7건(1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당금 인상(6건), 사외이사 선임(5건), 사내이사 선임(4건), 감사위원회위원 선임(3건), 정관변경(3건), 합병(2건) 순서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총 시즌에도 13개 상장사 소액주주들이 배당금 인상(5건), 주익 액면분할(4건), 사외이사 선임(3건) 등 28개 안건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작년 4건에 불과했던 감사·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은 올해 10건으로크게 늘었다.

감사를 선임할 때는 대주주가 소유 지분 3%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법 규정을 소액주주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한 셈이다.

삼목에스폼[018310] 등 일부 상장사 경영진은 소액주주들의 감사 선임 요구에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안건을 올려 '맞불'을 놓기도 했다. 감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치기 전에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가결되면 감사 선임안이 자동으로 상정되지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안이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올해는KJ프리텍, 대동공업[000490], 알앤엘삼미[007390], 휴스틸[005010] 소액주주들이 사내이사 선임안을 올렸다.

농업기계 제조업체인 대동공업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상정하기도 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선임함으로써 재벌 총수와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 건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참여도는 미미하다. 올해 전체 상장사 1천992곳 가운데 0.6%에서 주주제안이 나오는 데 그쳤다.

강윤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터넷 카페를 통한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쉬워졌다"며 "소액주주 전문커뮤니티도 등장한 만큼 주주제안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분산된 의결권을 모으는 작업이 복잡하다는 점과 특정일에주총이 집중돼 주주들의 참여가 분산되는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된다.

강 연구위원은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 비율을 높이려면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하고 주주제안과 관련한 기업 정보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즉시 시장에 공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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