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후폭풍> 채권시장 패닉…당분간 '시계 제로'

입력 2013-06-21 10:37  

금리 급등에 거래 실종…투자 자제 권고 잇따라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인해 채권시장이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금리는 급등세를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고 거래는 실종됐다. 게다가 금리 하락에 베팅했던 증권사들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질 기세다.

최근 STX팬오션[028670]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충격을 받았던 채권시장이 버냉키쇼크라는 후속타를 맞은 뒤 비틀거리는 모양새다.

각 증권사에는 보유 채권을 팔아달라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으며 당분간 채권투자를 자제하고 보유물량을 축소하라는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 얼어붙은 채권시장…금리만 급등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밝히자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채권시장의 불안은 훨씬 오래전부터 누적돼왔다.

작년 건설사들의 잇따른 도산과 STX그룹 사태 등으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는 발행도 어렵고 유통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우량 등급의 기업만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신용도가 다소 낮은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 자금난이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이 제시되며 미국 국채에 이어국내 시장에서도 채권금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달 초 연 2.44%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20일 연 2.94%까지 올랐고 10년 만기 국고채도 같은 기간에 연 2.73%에서 연 3.41%로 급등했다.

이날 오전에도 시장의 충격은 이어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99% 수준까지치솟았다.

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날 오전에도 거래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등 시장은 '개점휴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방이 악재', 전망은 더 암울 문제는 채권시장에 악재가 산적해 있고 전망은 더 암울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의 호전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므로 주식시장에선 미국 경기 호전으로 수출 관련주 등의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지만 채권은 경기가 호전될수록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자본의 흐름이 진정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리 하락에 베팅했다가 손실을 본 일부 증권사들이 손절매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시장의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증권사의 채권투자 잔액은 145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5조2천억원이 늘었다.

이처럼 악재가 늘자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채권투자를 자제하라는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충격과 일부 기관의손절매 압력이 완화되기까지 채권투자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듀레이션(만기)을 중립 이하로 유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 국채시장에 분명한 악재"라면서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므로 이에 맞춰 국내 투자자도 채권을 팔고 포지션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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