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땐 언제고"…고객들, 동양증권 적반하장에 '분통'

입력 2013-10-02 04:01  

동양증권, 기업어음 판매 "소송 걸어도 파산하면 그만"

"제게 소송 걸어도 저는 파산하면 그만이에요." 부실 계열사의 채권을 팔아넘긴 동양증권 직원들의 적반하장격의 행태가 평생모은 돈을 날리게 된 고객들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

경북 구미산업단지내 모 전자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연정(여·27세)씨는 10년째 하루 12시간씩 주야 2교대로 종일 서서 일하면서 월 200만원씩을 받았다.

아픈 외할머니를 홀로 모시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 버스를 타고 다닐 거리도웬만하면 달리기로 대신할 만큼 악착같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노력이 결실을 거둬 김씨는 10년만에 1억1천만원을 모았지만,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동양[001520] 계열사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날리게 됐다.

김씨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교대 돌면서 평생, 10년간 번 돈을…. 정말로 동양증권 앞에 가서 목을 매달고 싶다"며 울먹였다.

발단은 작년. 동양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7년 이상 이용하던 김씨는 여느 때처럼 구미산업단지내 동양증권 지점을 찾았다가 동양 CP에 투자하라는 권유를받았다.

김씨는 "작년부터 갑자기 갈 때마다 Ɖ개월짜리 단기로 하는 게 있는데 위험성없이 안전하다'며 집중적으로 권유를 해 왔다"면서 "주식도 하지 않을 만큼 의심이많아서 계속 망설이다가 1천만원, 2천만원씩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번 두번 상환이 이뤄지면서 김씨는 믿음이 생겼고, 올해 들어 투자액을 급격히 늘렸다.

4월에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CP에 5천만원과 1천만원씩을 투자했고, 동양그룹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9월 들어서도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시멘트 CP에 각각3천만원과 2천만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결국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했고, 김씨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됐다.

그는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갈 때마다 완전 집중적으로 권유를 했는데 제가바보같이 지난달 17일까지도 상품(동양시멘트 CP) 하나를 들었다"면서 "분명 위험을감지했을 텐데도 추석날까지 상품을 팔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에게 해당 상품을 팔아넘긴 직원은 일시적 문제일 뿐이라며 동양그룹 계열사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달 30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이어 1일에는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씨는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듣고) 회사 사람들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지금껏 한숨도 못 잤다"면서 "어제 아침 11시 상담할 때만 해도 동양시멘트는 100% 안전하다더니 집에 오자마자 몇 분도 안돼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뭘 하려고 해도 '멘붕'(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동양증권측은 법정관리 결과를 기다리라고만 했다. 담당 직원은 "저를상대로 소송을 거신다고 해도 보상받을 길은 없다. 막말로 제가 파산신청하고 배 째면 끝"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와서 자기들도 윗선의 강압에 따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니 말도 안된다"면서 "인생이 날아가고,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데 (동양그룹은) 계속 법정관리를 신청해 자기들만 살려고 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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