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지명 호재에도 '셧다운'에 잠 못 드는 코스피>

입력 2013-10-09 14:38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새 의장으로 재닛 옐런(67) 현 부의장이 확정된 것은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호재다.

미국 연준이 시행해 온 양적완화(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가 언제,얼마나 축소될지를 두고 불확실성에 시달렸던 국내 증시는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9일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옐런의 연준 의장 지명에 크게 반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장기화와 채무불이행 우려라는 대형 악재가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 옐런, 버냉키 통화정책 계승할 듯 20년 이상 연준에서 일한 옐런은 벤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정책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연준이 '돈 풀기'로 금융위기를 극복해온 과정을 지켜봤다는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옐런은 긴축보다 완화 정책을 주장하는 '비둘기파(온건파)'로, 고용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면서도 물가 상승에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성향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옐런이 연준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기존 통화정책이 큰 변동 없이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은 옐런을 차기 의장으로 지지해왔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불확실성에 민감한 채권시장이 지난달 강세를 띤 가장 큰 배경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유력했던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의 사퇴였다. 옐런과 달리 '매파(강경파)' 성향인 서머스는 양적완화 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머스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6일 코스피는 6개월 만에 2,010선을 넘어섰고 전 세계 증시도 일제히 반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12월부터 매달 100억∼150억원 규모로 채권 매입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내년 중반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2015년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예상했으나 이 시기도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10월보다 12월이 될 수있다"며 "연준은 경제 성장을 훼손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장은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관심 옐런의 의장 지명에도 국내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시장의 관심은 온통 미국 출구전략보다는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과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 쏠려 있다.

협상 난항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이 끝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이를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고조된 상황이다.

오는 17일까지 부채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은 현금 보유액이 바닥나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은 셧다운 문제가 단기에 해소될것이란 기대로 코스피가 버티고 있다"면서 "다음 주까지 미국 정치권 협상에 진척이없으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팀장은 "미국 출구전략에 이미 '큐사인'이 걸린 상황이라 옐런 의장 지명이주가 상승 동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셧다운 문제가 풀려야 코스피가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움직임을 결정할 분기점을 이번 주말로 보고 있다. 11월까지 이어지는 사태 장기화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수 강도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면서 "벌써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주식펀드에서 동시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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