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예탁원, 금시장 주도권 놓고 '줄다리기'

입력 2013-10-23 09:36  

내년 초 개장하는 금 현물시장의 운영 주도권을놓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3개월이 넘도록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도 출범 시한은 다가오고 있어 자칫 금 현물시장의 원활한 개장과 조기안착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 7월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회의를 통해 금 현물시장 개설을 결정한 직후부터 업무영역을 놓고 다툼을 벌여 왔다.

당정은 지하경제의 표본으로 지목돼 온 금 거래를 양성화하는 차원에서 한국거래소에 금 현물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금도 주식처럼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할 수있게 한 것이다.

아울러 거래될 금은 예탁결제원이 보관을 맡아 전국 금은방 등 실물 사업자들이편리하게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실제 거래를 주관하는 결제 기능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거래소 측은 금 선물시장과 마찬가지로 현물도 거래소가결제를 맡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입장이나, 저희는 결제 전문기관인 예결원이 맡는것이 효율적이고 관련 노하우도 많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별로 각자 전문영역이 있는 만큼 서로 여기에 충실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금 거래소의 운영주체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선물은 거래소가, 현물은 예탁결제원이 따로 맡게 돼 효율적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맞서고 있다.

거래소 측은 "금 파생상품의 경우 현재 거래소가 결제 실무를 다 하고 있다"면서 "(예결원 주장대로라면) 금 선물과 금 현물을 함께 거래할 경우 계좌를 따로 트고, 증거금과 예탁금도 따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제도로 움직이는 현·선물을 따로 관리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도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한쪽으로 모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금융위가 조율에 나설 때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 급박한 것은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금 현물시장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것이지 어느 기관이 주도권을 갖는지가 아니다"라며 "금융위의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 1분기개설되는 금 현물시장이 금 거래를 양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자료로 이뤄지는 금 거래를 양지로 끌어내면 3천억원 가량의 세수확대가 예상된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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