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빌 게이츠 신화 쓰는 코넥스 기업 나와야"

입력 2013-11-21 04:05  

코넥스협의회 부회장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인터뷰

코넥스 상장사는 1년에 단 한 번, 사업보고서를통해 실적을 공개하면 된다. 분기별로 실적을 밝혀야 하는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사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

그런데 최근 코넥스 1호 상장기업 21개사 가운데 18개사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자발적으로 공시했다. 참여 기업도 2분기 15개사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움직임은 코넥스 상장사들의 모임인 '코넥스협의회'가 주축이 돼 이끌고있다.

김군호 코넥스협의회 부회장(에프앤가이드 대표이사)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의욕적으로 코넥스시장에 올려놨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가웠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 신뢰를 쌓을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코넥스 상장사들은 자발적으로 회사 정보를 공개하고,시장과 소통해 코넥스를 한층 더 튼튼한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코넥스협의회의 결속력에는 한계가 있다.

코넥스를 발판 삼아 코스닥으로 도약하려는 상장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협의회가 한시적 모임일 수밖에 없는 것.

김군호 부회장 자신도 에프앤가이드를 3년 안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개장 초 21개에서 31개로 불어난 코넥스 기업들은 네이버 모바일 커뮤니티인 '밴드(BAND)'에 모여 매일 같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유사 업종끼리 모여 ▲소프트웨어·서비스 ▲부품·소재 ▲장비·산업체 ▲의료·바이오로 분과도 만들었다.

김군호 부회장은 "대부분이 자수성가한 최고경영자(CEO)이다 보니 개성이 강해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면서도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장과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일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넥스협의회는 이번 국정감사 때 국회 정무위원회에 코넥스지수를 조속히 발표해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코넥스 기업 주가 변동을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지정자문인의 기업 분석보고서 발행량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증권사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를 두루 거친 김군호 부회장은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기업분석으로 알파(시장 대비 초과 수익)를 내기 어렵지만 코넥스 기업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거래소나 대형 증권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분석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군호 부회장의 소망은 '한국판 빌 게이츠 신화'를 만드는 코넥스 기업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벤처 생태계'가 잘 조성됐기에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비슷한 성공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재벌이 아닌 자수성가 기업인데, 국내에서는 STX·웅진 등 신예 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나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재 채용이 극도로 어려웠던 지방 소재 기업에 코넥스 상장은 특히 큰 힘이되고 있다.

김군호 부회장은 "코넥스 상장 이후 신입사원 입사 경쟁률이 3∼4배로 뛰어 함박웃음을 짓는 회사들이 있었다"면서 협의회 차원에서 시장과 투자자,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름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군호 부회장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던 지난 1995년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를 창업했다.

톰슨-로이터, 블룸버그 등 선진국 대형 업체에 의존하는 금융데이터 제공 서비스를 대체하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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