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도 '글쎄'…현대그룹 구조조정 잘될까>

입력 2013-12-30 04:00  

8천억 규모 현대증권 매각 빨라야 내년 중반께 본격화투자자 구하기 어려워 현대그룹 유동성 확보 '가시밭길'

현대그룹이 자산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작업을 다음달 초께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물로 내놓은 현대증권이 제대로 팔릴 지가 의문이다. 그룹 계열사들과거래관계가 얽혀 있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시기적으로도 현대증권의 실제 매각은 투자자 모집 같은 선행절차가 필요한 만큼 빨라야 내년 중반께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업계 안팎에선 현대그룹의 자금 마련과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돼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 현대그룹 구조조정 가동…'선 자금 수혈, 후 계열사 매각' 3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와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겨 '선(先) 자금 대출, 후(後) 매각'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방안과 유사하다.

현대그룹과 산업은행은 조만간 협의에 나서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 방안과 절차를 구체화해 실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개별 계열사 매각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 자산을 SPC에 이전하고서 먼저 자금을 대출하고 나중에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현재로선 투자자 모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측은 "매각 대상 계열사와 자산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산은과 협의해 SPC에 넘길 계열사와 자산 등을 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할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측은 계열사와 자산 매각 등으로 최대 3조3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투자금융시장에서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인수·합병(M&A)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업 매각이 빨리 이뤄진다면 굳이SPC로의 자산 이전 방식을 할 필요가 없다"며 "시간을 두고 매각을 추진해 보다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대증권 매각 순항할까… 현대차그룹 움직임 주목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개별 매각 작업은 일러야 내년 중반 전후에나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투자자 모집과 SPC 설립, 자금 대출 등 절차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 지분 25.9%와 현대증권 자사주9.83% 등 모두 36% 정도로 추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매각 가격은 7천억∼8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100% 지분을 가진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까지 내다 팔면 총 1조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그룹 측은 기대한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 매각 결정을 아쉬워하고 있다.

투자업계 내에선 사모펀드 등 일부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건설처럼 '모태' 기업이라는 상징성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지만, 한때 금융투자업계에서 펀드 열풍을 몰고 오면서 옛 범 현대그룹을시장에 알린 '효자' 계열로 꼽힌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개별)이 3조230억원으로 업계 5위권에 든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증권사 인수를 꾸준히 추진해오다 2008년 옛 신흥증권을 2천억원에 사들여 HMC투자증권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6천780억원으로 20위권에 머무는 등 그룹 규모에 걸맞은 외형을 갖추지 못했다.

현재까지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증권 인수에 대한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에선 HMC증권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가져와야 한다는 논리가 적지 않다"며 "모태그룹의 상징인 현대건설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관심을 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주문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유보적인 입장도 나온다. 그룹 내 또 다른 관계자는 "상징성보다 업무 중복이라는 문제점과 최근 증권업 업황이 나쁘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라며 "더구나 최근 몇 년간 현대건설 인수와 현대제철의 당진 고로사업 투자로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증권이 그룹 계열사들과 거래관계가 얽혀 있어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현대증권이 계열사의 상품거래 등과 관련이 있어 기업 M&A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indigo@yna.co.kr kong79@yna.co.kr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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