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드는 투자자"…회사채 발행 공시후 적자 발표

최근 주식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발행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뒤에 분기 실적을 거액의 적자로 발표하거나 흑자에서 적자로 수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악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투자한 투자자들은 추후 손실을 볼 수밖에 없어주의가 요망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천134억원의당기순이익을 냈다고 지난달 6일 공시했다.

하지만 불과 20여 일이 지난 같은 달 28일에는 애초 공시했던 것보다 무려 8천268억원이나 감소한 7천1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수정 공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는 계열 지방은행(경남은행, 광주은행) 분할관련 법인세와 충당금 등을 반영하면서 차액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정된 실적엔 지방은행 분할관련 비적격 분할 시 발생하는 법인세 6천43억원과팬택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2천300억원 등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6일 공시에 예상 법인세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재했고 대손충당금은 여러 업체에 관련된 것이어서 일일이 공시할 수 없었던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금융지주가 실적을 대폭 수정하는 사이에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함께 추진됐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월13일 3천500억원 규모로 제46회 무보증사채를 발행하겠다고공시한 뒤 24일엔 금리 등 발행조건을 확정 지어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가 확정해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불과 나흘 뒤에 밝힐 대규모 적자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주식시장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이미 대규모의손실이 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며 이를 투자설명서에 언급했어야 했다는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우리금융지주는 투자설명서를 정정해 손익에 부정적인 영항을미칠 사안의 내용과 금액에 대해 기재했어야 하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감독원에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경우는 우리금융지주만이 아니다. GS건설[006360]은 작년 2월 초 3천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얼마 뒤 1분기에 영업손실 5천354억원, 순손실 3천861억원을 냈다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GS건설이 실적 악화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채 발행을 위한증권신고서에 투자 위험을 누락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를 받고 있는 대우건설[047040]은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내다가 금감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4분기에 거액의 적자가 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작년 4분기 영업적자 규모를 4천451억원에서 5천783억원으로, 순손실 규모는 7천817억원에서 8천739억원으로 각각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조철래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장은 "발행 기업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경우는 불가피한 경우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작은 위험요소라도 증권신고서에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