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이슈, 코스피 2,000대 안착에 걸림돌 될까>

입력 2014-04-09 11:52  

우크라이나 위기·미국 금리·중국 우려 영향력 약화…"부담감 잔존"

9일 코스피가 2,000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올 초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세계적 악재들이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지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커진 8일(현지시간) 유럽 증시는 약세로 거래를 마감한 반면, 미국 증시는 기술주 반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9일 오전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중국·호주 주가는상승하는 등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에 올해 들어 세 번째로 2,000선을 상향 돌파했으나 이후 다시 1,990대로 내려앉으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력이 유럽에만 국한되면서 힘을 크게 잃고 각국별 상황에 따라 희비가 갈린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신용 불안과 경제성장 둔화 등 다른 굵직굵직한 세계적 이슈들도 최근에는 올 초만큼 신흥국과 한국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 주가를 나타내는 MSCI 신흥지수는 올해 들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지난해 말 대비 0.88%의 상승률을 보여 선진국 증시를 따르는 MSCI 세계지수(0.16%)보다 회복세가 빨랐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뒤흔들었던 요란한 세계적 이슈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통제가능한' 악재였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의 문제는 중국의 구조개혁 과정의 잡음으로 통제 가능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도 이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연준 위원들이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도 불과 한 달 전 일인데도 지나고 보니 신흥국 자금 흐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세계 유동성을 둘러싼 이슈가 불거지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외면받았다가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낮다는 점에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김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8일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유지한 것이 중국발(發) 우려를 불식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적 이슈와 관련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더라도 추가 우려는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신흥국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흥국 증시, 그 중에서도 국내 증시의 가치평가 수준이 선진국 주식보다낮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서 연구원도 "코스피가 현재 2,000선에서 저항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신흥시장으로 세계 자금이 유입하는 추세로 조정 중이며 세계 유동성도 이미 풍부하다"며 "2분기에 2,10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향후 코스피가 2,000대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데 세계적 이슈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투자 심리에 미치는 세계적 이슈의 영향력이 약해졌다지만 실제로 해결된 사안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지고 있으며 중국성장 둔화 가능성도 당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잠시가려진 것에 불과하다.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시기를 시사한 언급을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내년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IMF는 8일 지정학적 사태와 신흥국 금융경색을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최근 세계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돌아오는 추세이나 신흥국 수출을 비롯한 경제기초여건(펀더멘털)이 여전히 좋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외풍이 불어오면 흔들릴 수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0대 안착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동반 회복을 꼽았다.

현재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신흥국 수출과 같은 경제 기초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선진국 경기 회복이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져야 신흥국 수출이 늘어나는데이런 연결고리가 약해 신흥국 경기 모멘텀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피 하단이 2,000이 되려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경기의 연결고리가 재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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