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비상"…수출주 부담 vs 내수주 반사이익

입력 2014-09-03 11:08  

엔화 약세가 다시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에 먹구름을 만들고 있다.

지난 2일 원·엔 재정환율은 장중에 100엔당 970원선이 무너졌다. 달러화 대비엔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화는 달러당 105엔선을 돌파했다.

외환은행이 고시한 원·엔 환율은 8월 14일부터 100엔당 1,000원을 밑돌기 시작해 지난 2일에는 971.47원까지 하락했다.

월평균으로는 2008년 8월(958.6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평균은 995원까지 떨어지며 1,000원선이 무너졌다.

이런 엔저는 주요국의 경제상황과 통화정책 변화 조짐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선 경기지표 개선으로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며달러 강세 흐름을 낳았다. 일본에선 4월 소비세율을 올린 이후론 경기 회복이 주춤하면서 추가 부양책 기대를 키우고, 유로존은 양적완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게다가 오는 4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부양책 기대감이 나오면서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양적완화에 대한 신호가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은행의 추가 부양책은 내년에나 가능한 만큼 현재의 엔저는 일본연금의 해외투자 비중 확대가 더 큰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저 여파로 국내 증시는 이번 주 들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시황에는 엔저 악영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가 각각 2.6%, 2.8% 빠졌다.

엔저가 핵심 수출업종인 전기전자, 자동차에 대한 실적 우려를 부추긴 결과다.

대장주들의 부진에 코스피는 0.79% 내렸다. 같은 날 도요타 주가가 1.8% 오르고 닛케이평균주가가 1.24%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일시적이 아니라 점진적, 추세적 엔저 가능성에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린 형국인데다 특히 일본의 부양책 기대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3일 "일본의 경기지표 부진은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을 자극하고 있고 이는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일본식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는 엔화 약세의 또다른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그간 사례에 비춰 엔저가 우리 거시경제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인구간에서 일본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며 "엔·달러 환율과 일본수출 간의 뚜렷한 상관성도 관찰되지 않으며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으로 일본 수출의엔화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연구원도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7월 이후 26개월간의 수출 데이터를 보면 엔화 가치변화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저에 따른 시장의 관성적 투자심리 악화는 주가에 부정적이다. 박스권돌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코스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엔저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종목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질 수 있다.

삼성증권이 2012년 이후 엔저가 가팔랐던 세 기간을 정해 업종별 등락률을 분석해보니 레저·관광, 은행, 미디어, 유통 업종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수익률을 보인것으로 나타났다.

김용구 연구원은 "엔화 약세 구간에서는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로 성과가 좋았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엔저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수주도 합당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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