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도·수빅조선소 투트랙 전략으로 도약"

입력 2014-11-25 16:07  

필리핀법인 누적매출 50억달러 돌파…값싼 노동력이 강점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해안. 국내 조선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을 이용한 선박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누적 매출액 50억 달러를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진중공업[097230]의 필리핀법인 수빅조선소의 풍경이다.

지난 24일 방문한 수빅조선소는 부지 90만평에 연간 60만t의 선박을 건조할 수있는 필리핀 최대 규모의 조선소다. 가로 135m, 세로 550m의 초대형 도크에서 미주와 유럽 등 전세계 선주로부터 수주한 대형 선박이 조립된다.

도크에서 조립을 마친 선박은 총 길이가 4km에 달하는 안벽 10곳으로 각각 옮겨져 세부 시공 작업을 거친다.

수빅조선소는 이런 시설을 바탕으로 2007년 첫 건조공사에 착수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커선 등 선박 68척을 인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누적 수주량으로는 지난 8월 기준 100척을 돌파했다.

1930년대 설립된 한진중공업은 그간 부산에 있는 영도조선소를 터전으로 선박을생산해왔다.

그러나 영도조선소의 규모가 작아 최근 각광받는 선종인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자, 조선업이 최고 활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조선소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진중공업은 2006년부터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에 3년간의 공사끝에 초대형의 수빅조선소를 완공했다.

수빅조선소의 최대 강점은 값싼 노동력에 있다.

필리핀 인력 1명을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약 360만원으로, 한국 직원들의 평균 연봉인 6천만~7천만원과 비교해 2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우윤 수빅조선소 관리본부장은 "배는 가장 자동화가 어려운 산업"이라며 "이때문에 무엇보다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의 값싼 노동력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과 수빅조선소의 넓은 도크를 강점으로 내세워 최근 1만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사력을다하고 있다.

1만TEU 이상의 대형 선박을 짓기 시작하면서 현지 인력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는추세다. 지난해 1만8천명 안팎이던 현지 직원 수는 올해 2만5천여명까지 증가했다.

전 본부장은 "필리핀 현지 인력은 베트남이나 중국과 달리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값싼 노동력은 풍부하지만 당장 생산에 투입할 기술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초기 사업 활동에 걸림돌이 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대 2천500명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훈련원을 세우고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무덥다가도 시시때때로 폭우가 내리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도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이동식 덮개 등 다른 조선소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진중공업은 중국 조선소의 성장으로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조선업계에서수빅조선소와 기존 영도조선소 각각의 강점을 살려 '투트랙'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영도조선소에서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잠수지원선이나 내빙선 등 고부가가치선박을, 수빅조선소에서는 수요가 늘고 있는 초대형 선박을 각각 생산한다는 것이다.

수빅조선소의 안진규 사장은 "향후 수빅조선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 사업장으로 키우고 영도조선소는 고기술 특수목적선에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수빅조선소에서도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 초대형선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선과 해양플랜트에 이르기까지 건조 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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