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열기', 부동(浮動)자금 블랙홀 됐나>

입력 2014-12-11 18:38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무려 30조원 넘게 몰리며 과열 양상을 빚은 것은 시중에 초저금리에 치여 투자처를 떠도는 자금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 삼성SDS가 상장과 함께 공모가의 배로 오른 상황도 일종의 학습효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번에 투자금을 뺄 수 있다는 '대박의꿈'이 번호표를 뽑고 청약 대열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11일 KDB대우증권[006800]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이뤄진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일반청약에서는 경쟁률이 200대 1에 육박하며 청약증거금만 30조원 넘게 몰렸다.

청약증거금이란 청약 주식 수에 공모가 5만3천원을 곱한 금액의 50~100%를 내는돈을 말한다. 오는 15일 개인에게 배정된 주식의 규모에 따라 증거금이 적으면 추가납입하고, 많으면 돌려받게 된다.

이 돈이 30조원을 웃돈 것은 국내 기업공개 사상 처음이다. 2010년 청약 돌풍을일으킨 삼성생명[032830]의 19조2천216억원이 종전 최대치였다. 이번엔 이보다 무려10조원 넘게 더 들어왔다.

일반청약 배정물량이 많았던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에는청약증거금으로 뭉칫돈을 넣는 큰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한 명이 수십억원을 넣는 사례도 있었던 것 같다"며 "한 증권사에서 55억원을 증거금으로 낸 투자자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우대고객 청약한도가 21만주였던 대우증권에선 투자자가 한도까지 '풀 베팅'하면증거금으로 55억6천만원을 내야 했다.

이런 청약 열풍은 기본적으로는 부동자금이 많아서다.

지난 8월과 10월 인하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2.00%까지 떨어진 상황이므로 은행에 돈을 맡길 필요성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갈 곳 잃은 돈이 넘쳐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들어 상장한 기업들의 청약경쟁률도 상당했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BGF리테일[027410]이 181대 1, 쿠쿠전자[192400]도 175대 1이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1천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삼성SDS의 후광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공모가가 19만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시초가는 갑절인 38만원으로 튀어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사례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제일모직 공모에서 배정받는주식이 많을수록 상장 차익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말했다. 상장 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만 있다면 복수의 증권사를 통해 청약 주식을 늘릴수록 이익은 불어나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윳돈이 많은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청약 주식의 규모가 크고 배정도그에 비례해 받기에 상장 후 차익도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부익부' 구조라는 지적도나온다.

예컨대 이번에 33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증권사에 300주를 청약하고 증거금으로795만원을 냈어도 이 투자자는 1주도 제대로 못 받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데다 사주 지분과 보유자산이 많아장기 투자주로서의 매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한데다 삼성이 차세대 동력으로 키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도 45.7%를 갖고 있다.

상장 후 사주 일가의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23.2%,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 7.7%, 이건희 회장 3.4% 등 모두42%나 된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이 시장에 데뷔하는 오는 18일 시초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에 대한 목표주가로 7만~1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10만원, 키움증권[039490] 9만1천원, LIG투자증권·KTB투자증권 7만원 순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패션, 식음료서비스, 건설, 레저 등다양한 사업을 하며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며 "삼성 지배구조 변환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제일모직의 지주사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모가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7조2천억원이지만, 삼성SDS처럼 높은 가격으로출발한다면 시총 10조원 진입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제일모직이 단번에 코스피 시총 순위 20위권에 들 가능성이 큰 만큼 펀드들이 추종하는 MSCI, FTSE,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초기에 매입 수요가 많아지며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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