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슈퍼 마리오'와 3명의 친구들

입력 2015-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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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대치를 뛰어넘는양적완화(QE) 정책을 발표했다.

시장은 대략 5천억∼6천억 유로(약 610조∼약 649조원) 정도의 자산매입을 예상했다. 그러나 ECB는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매월 600억 유로의 국채·유로기관채·담보채 매입을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규모로는 1조1천400억 유로 정도 된다. '서프라이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독일·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 이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1%대 중후반 수준이다.

미국이 국채 매입을 바탕으로 한 1차 양적완화(QE1)를 발표했을 당시 10년물 국채금리가 3%대 수준이었다. 미국의 경우 국채 매입으로 시중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 유럽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스와 같이 어려운 나라의 국채를 사면 좋겠지만 이번 양적완화의 국채 매입대상은 투자등급 이상으로 정해져 있고, 그리스의 경우 구제금융 협약 준수 시 오는7월부터 예외적으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ECB 양적완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ECB의 양적완화 발표와 맞물린 몇 가지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첫째, 국제 유가 저점 형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에 대한 원유 수출 가격 할인 폭이 다소 줄어들었고, 최근 미국의 원유 시추공 개수는 2009년 1월만큼 급감해 있다. 원유 공급 경쟁이 마무리되는 신호로 인식이 가능하다.

둘째, 세계 유동성이 국채시장으로 유입되기 쉽지 않은 시점이다. 미국 10년물국채금리는 1.8%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의 배당수익률은 1.9%를 웃돌고 있다. 오히려 증시의 투자 매력이 더 커 보인다.

셋째, 유럽도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체감경기,수출입 등의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다. 양적완화, 유로화 약세, 저유가 등을 감안하면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고, 세계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유럽 경기 개선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주식시장 강세, 특히 신흥국 증시 회복에 대한 신뢰가 강해질 것이다.

물론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다. 국내 기업 실적은 부진해 보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도 남아 있다. 신흥국들의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간 수익률 차이)는 크고, 화약고와 같은 러시아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각국이 어떤 정책으로 연준·ECB·일본은행의 '환율 전쟁'에 대응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좋아져서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모든 것이 좋아 보일 때가 고점이다. 불안한 요소들이 남아 있고, 극단적으로 안 좋게 보이는 것들이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 주식을 사기에는 좋은 시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가끔 한 번씩 코스피와 코스닥의 수익률 차이를 계산해 본다. 지금은 2010년 이후 두 지수 간의 수익률 격차가 최대로 벌어져 있다. 지금과 같이 수익률 격차가 극단적인 값을 나타냈던 시점이 주식시장에서는 단기 변곡점이었다. 현재는 중소형주가 주도하는 주식시장의 색깔이 변화할 가능성을 고민해볼 만한 시기다.

(작성자: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 321yj@hanafn.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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