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다운' ELS> ①고위험 파생상품이 국민재테크 수단으로

입력 2016-01-24 10:01  

'중위험 중수익' 포장됐지만 대규모 손실 위험 '민낯' 드러나 <※편집자주 = 주가연계증권

"전문가들조차 위험성을 정확히 따지기어려운 파생상품을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이처럼 대량으로 판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한 금융 당국자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지난 21일 현재 ELS와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를 더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총 99조1천345억원이다. 100조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아파트 한 채 평균 매매가는 5억2천만원이다.

서울 아파트를 무려 19만채 살 수 있는 돈이 파생결합증권 시장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상황이 위태롭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근 7년 만에 8,000선이 붕괴하면서 파생결합증권의 '녹인'(Knock-in·원금 손실) 공포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현재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한 ELS만2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한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투자자들은 벌써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한때 배럴 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만기가 도래한 DLS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이상을 날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투자자들이 8천억원대 손실을떠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웬만해서는 손해를 볼 일이 없는 '중위험 중수익'으로 포장돼 불티나게 팔린 파생결합증권이 한국 금융 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 ELS 시장 태동기부터 성장기까지 사실 우리나라 자본 시장 역사에서 ELS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3년 3월 정부는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법 시행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일반인에게 ELS 판매를 허용했다.

시중에 첫 ELS 상품이 나온 것은 그해 4월이다.

초기만 해도 증권사들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구조의 상품을 주로 설계해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LG투자증권이 내놓은 원금보장형 상품인 'LG ELS 5-1'의 구조를 보면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30% 이상 상승하면 7.4%의 확정 수익률을 얻고 상승률이 30%에 미치지 못해도 지수 상승분의 80%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었다.

주가 상승 기대가 컸던 가운데 투자자가 예상 수익률을 일부 증권사에 양보하는대신 지수 하락에 따른 위험을 덜어내는 방식이었다.

이어 2005년에는 다시 규제가 완화됐다. 원유, 금, 은 같은 실물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DLS도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초기 파생상품 시장의 주요 고객은 어디까지나 투자 여력이 상당한 자산 계층이었다.

무엇보다 투자 진입 장벽이 驌만원 이상'으로 높았다. 颼만원 이상'이 주류인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2010년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말 22조4천억원이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2011년 말 38조8천억원, 2012년 말 51조6천억원, 2013년 말 63조2천억원, 2014년 말 84조1천억원, 2015년 말 98조4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다섯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달 20일 현재 공·사모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 합계가 80조9천억원이라는점을 고려하면 ELS가 주축인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 목표 수익률 높지만 위험하게 '진화'한 ELS 2010년대에 들어서 파생결합증권 시장은 현재와 같은 '스텝다운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보통 3년인 투자 기간에 기초자산으로 삼은 개별 종목 시세나 코스피200 같은특정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폭락하지만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 자산의 개수가 2개, 많으면 3개까지 늘어난 것은 최근 수년 사이에 나타난변화다.

2010년까지도 지수형 ELS 중에서 기초자산이 복수인 것은 48%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80%대 이상으로 늘었다.

요즘 나오는 지수형 ELS는 H지수,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과 같이 3개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이 많다.

ELS는 여러 기초자산이 있을 때 어느 하나라도 크게 하락해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이를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한다.

따라서 기초자산이 많아질수록 고객은 그만큼 더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아울러 2014년부터는 H지수 활용이 급증했다.

H지수는 유로스톡스50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등 다른 해외 지수보다변동성이 크다. 이를 편입하면 위험성이 커지지만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목표 수익률은 더욱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증권사들이 좀 더 고객을 끌어오기위해 목표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1년 연 3.25%를 정점으로 인하되기 시작해 현재는 연1.50%로 내려와있다.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녹인 위험이 커진다는 것에 대한우려보다는 목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좀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점을 증권사들이 파고든 측면이 있다.

결국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위험성이 높은 ELS 상품이 더 많이양산돼 최근 ELS 녹인 구간 진입 사태의 1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DLS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 초기에는 금리 등 기초자산이 하나인 상품이 많아지만 최근에는 금, 은, 금리 등 3개 이상의 기초 자산을 섞어 만든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보수적 투자 성향의 고객이 많은 은행을 통해 ELS가 대량 판매된 것을둘러싸고도 뒤늦게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은 일반 점포 창구에서 ELS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은행이 주로 다루는 신탁 형태로 판매된 ELS와 DLS는 2011년 3월 말 5조1천억원수준이었지만 2014년 말에는 20조3천억원까지 불어났다.

cha@yna.co.kr,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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