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투자전략> 지금은 '정책대응'의 시대

입력 2016-02-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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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파생상품의 부실이 시중은행들을 도산으로 이끌고, 실물경기 또한 침체의 늪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사건이었다.

과거에는 정부가 나서서 은행을 구제하고, 재정을 확장함으로써 위기를 다스릴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되면서, 정부의 역할과 신뢰 또한 과거와 비교해 많이 약화했다.

결국,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나서면서 사태는 봉합됐다. 이들은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위험을 낮추고, 심리를 안정시켰다.

선진국은 자본이탈의 위험 없이 통화 절하를 유도해 국가 부채 부담을 낮추고 무역에서 이점을 취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의 책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중앙은행은 발권력(發券力)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막기에 위기는 너무 거대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중앙은행들이 취한방식은 '공조'(coordination)이다.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제한 없는 유동성을 공급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경기 회복이 과거보다 미약했음에도,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던 배경에는 중앙은행들이 공조를 통해 위험 프리미엄을 대폭 낮춰줬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이 추가 부양 의지를 밝히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깜짝쇼를연출하면서 다시 정책 공조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 여기에 중국이 재정정책을펴고,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 자제'의 손짓으로 화답한다면, 또 한 번의 공조 모드가 형성되면서 세계 주식시장도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기대감을 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작년부터 세계 중앙은행의 정책구도는 사실상 '공조'(coordination)가 아닌 '대응'(response)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절하 유도다. 특히 중국은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위한화의 상대적 강세를 더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실제 정책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페그제(peg policy)를 취하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는 금리를 올렸고, 수출 진작이 필요한 인도네시아와 대만 등 국가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렸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방향으로 가던 중앙은행들이 각자 처지에 따라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사실상 중국의 위안화 절하 정책에 대한'대응'(response)에 가깝다. 중국의 금리 인하와 위안화 절하 이후 꺼져가던 엔화절하와 물가 진작에 대한 모멘텀을 다시 살리려는 것이다.

물론 연초 외환시장 불안으로 홍역을 치른 중국이, 일본의 정책 발휘에 빠른 대응을 할 가능성은 작지만, 엔화 절하에 다시 시동이 걸리면 그대로 방관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정책 발휘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정책 대응의 관점이라는 것을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중앙은행이 다시 나서면서 어느 정도 시장위험을 낮추고 심리를 안정시킨 부분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정책 공조'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공조의 시대에는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고 일방적으로 위험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응의 시대에는 정책 효과는 반감되기 쉽고, 상황별로위험자산의 가격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투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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