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금융시장의 구도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어는 '위험회피'(Risk-off)다. 위험자산의 필두인 주식 가격이 급락하고, 안전자산의 핵심인 금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위험회피 구도를 이끄는 걸까.
표면적으로는 유가 하락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유가 하락도 위험회피 현상 중하나에 가깝다. 이것이 에너지 관련주의 하락을 설명할 수 있어도, 은행주를 중심으로 일본과 유럽의 증시가 급락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부터 이어져 오는 '은행권 불안'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것으로 본다. 최근 유럽의 은행들 주가는 금융위기와 부채위기에 근접하는 수준까지하락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파생상품 위험 노출(익스포져)이 가장 큰 도이치뱅크의 경우, 작년 4분기 6억 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은행권 전반에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권 부실이 터지면 그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위험회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은행권 문제가 불거지면 '정책'(policy)으로 막아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양적완화(QE)와 같은 정책을 추진해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의 건전성을 높여 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구도는 ▲ 은행권 불안 확대▲ 위험회피에 따른 주가 하락 정책 대응과 공조 ▲ 위험선호에 따른 주가 상승 등의 패턴을 반복해왔다. '중앙은행에 대응하지 마라'라는 격언이 투자자들에게는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됐다.
이번에도 은행권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 다만, 과거보다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다소 높아진 것이 문제다. 유럽과 일본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정책은 은행에 이점을 주는 것이었으나, 그런 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제까지 시중은행들은 QE 등으로 마련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을 '초과지준'의형태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이자를 챙겨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이제는 중앙은행에 이자를 물어야 하니 그 자체로 은행에 페널티가 된다. 이를 피하려면자금을 시중으로 돌리고 운용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처럼 세계 수요가 부족하고 유가 하락 등으로 운용위험이 커진 상황에선 은행의 위험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도이치뱅크가 이런 은행의 상황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곧바로 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전격적으로 추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 마당에, 추가적이고 전격적인 정책 발휘가 쉽겠냐는것이다. 이는 곧 그간 세계 증시의 버팀목이 돼온 '정책'이라는 동력의 훼손을 의미한다.
이달에는 중요한 정책 이슈가 많다. 유로존 재무장관회담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G20 재무장관회담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 이슈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만으로는 위험회피로 쏠린 투자자들의 심리를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주요국의 정책수립자들과 중앙은행이 얼마나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고 서로공조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변동성이 위기인지 기회인지가 밝혀질 것이다. 이번에도'은행'이고, '정책'이 화두이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무엇이 이런 위험회피 구도를 이끄는 걸까.
표면적으로는 유가 하락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유가 하락도 위험회피 현상 중하나에 가깝다. 이것이 에너지 관련주의 하락을 설명할 수 있어도, 은행주를 중심으로 일본과 유럽의 증시가 급락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부터 이어져 오는 '은행권 불안'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것으로 본다. 최근 유럽의 은행들 주가는 금융위기와 부채위기에 근접하는 수준까지하락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파생상품 위험 노출(익스포져)이 가장 큰 도이치뱅크의 경우, 작년 4분기 6억 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은행권 전반에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권 부실이 터지면 그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위험회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은행권 문제가 불거지면 '정책'(policy)으로 막아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양적완화(QE)와 같은 정책을 추진해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의 건전성을 높여 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구도는 ▲ 은행권 불안 확대▲ 위험회피에 따른 주가 하락 정책 대응과 공조 ▲ 위험선호에 따른 주가 상승 등의 패턴을 반복해왔다. '중앙은행에 대응하지 마라'라는 격언이 투자자들에게는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됐다.
이번에도 은행권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 다만, 과거보다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다소 높아진 것이 문제다. 유럽과 일본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정책은 은행에 이점을 주는 것이었으나, 그런 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제까지 시중은행들은 QE 등으로 마련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을 '초과지준'의형태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이자를 챙겨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이제는 중앙은행에 이자를 물어야 하니 그 자체로 은행에 페널티가 된다. 이를 피하려면자금을 시중으로 돌리고 운용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처럼 세계 수요가 부족하고 유가 하락 등으로 운용위험이 커진 상황에선 은행의 위험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도이치뱅크가 이런 은행의 상황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곧바로 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전격적으로 추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 마당에, 추가적이고 전격적인 정책 발휘가 쉽겠냐는것이다. 이는 곧 그간 세계 증시의 버팀목이 돼온 '정책'이라는 동력의 훼손을 의미한다.
이달에는 중요한 정책 이슈가 많다. 유로존 재무장관회담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G20 재무장관회담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 이슈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만으로는 위험회피로 쏠린 투자자들의 심리를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주요국의 정책수립자들과 중앙은행이 얼마나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고 서로공조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변동성이 위기인지 기회인지가 밝혀질 것이다. 이번에도'은행'이고, '정책'이 화두이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