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한국거래소 상무 "파생은 노름과 다릅니다"

입력 2016-05-01 06:15  

국내 파생시장 산증인…코스피200 선물시장 개설 참여

"노름은 경제에 부정적이지만 파생(금융)상품은거래 당사자 간에는 '제로섬 게임'일지라도 경제에는 도움이 됩니다." 김도연(52)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파생상품 시장 출범 20주년을앞두고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생상품은 자산배분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에서조차 파생상품 도입 초기에는 '파생상품은 노름'이라는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논란에서 벗어나 효용을 인정받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한국 파생상품 역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대학 때 은사에게 미국의 선물시장 얘기를 듣고 파생상품의 매력에 빠져 한국거래소에 입사한 뒤 27년 중 약 6년을 빼고는 파생상품 업무를 맡아왔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입사 초기에도 업무개발과에 소속돼 1996년 5월3일 출범한 코스피200선물 시장의 개설을 준비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는 "요즘은 일반 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사는 주가연계증권(ELS)도일종의 파생상품"이라며 "파생상품이 있어야 자본시장이 고도화된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파생상품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국의 자본시장 고도화와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그가 가진 자부심의 근원이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코스피200 선물을 출범시키고서는 예상보다 시장 반응이 좋아 빠르게 거래가 늘어나는 바람에 2년여 만에 컴퓨터 처리 용량이 부족해져 실무자로서 난처한 입장에놓이기도 했다.

몇년 전에는 주문 실수로 막대한 손실을 본 한맥투자증권 사태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다행히 대량투자자 착오거래 구제 제도 도입을 그전부터 건의해 온 점 때문에실무 책임에서는 벗어났다.

김 상무는 "파생상품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보니까 금융 당국자들도 쉽게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 후로 많은 제도개선이 이뤄졌다"고전했다.

그는 자신보다 더 고생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며 입사 초기업무개발과에서 코스피200 선물 시장 출범 준비를 총괄한 신풍호 당시 과장(현재는퇴직)을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진정한 공로자로 추천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파생상품 분야에 대해서는 애정만큼 욕심도 많다.

최근에는 유럽파생상품거래소(유렉스·Eurex)와의 교차상장 계약으로,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이 한국거래소에 사상 처음으로 상장되는 길을 텄다.

올해 안에 원유 선물 상품도 개발, 상장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이 세계적인 시장으로 경쟁력을 갖춰 발돋움해나가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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