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치는 회계부정> ③ 뿌리뽑을 방안은

입력 2016-07-06 06:05  

지정감사 확대하고 저가수주 환경 바로잡아야

분식 등 회계 부정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외부감사인으로서 기업의 불법 행위를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회계업계 2위인 딜로이트안진이 2010년부터 각종 이상 징후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내지 못하고 매년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준 것이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안진은 작년 대우조선의 새 경영진이 '회계절벽'을 자인하고 나서야 감사 인력을 대거 추가 투입해 정밀 조사를 벌였다.

그러면서 지난 3월 들어서야 대우조선의 작년도 영업손실 5조5천억원 중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밝히며 정정을 요구해 빈축을 샀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회계감리와 관련해 주된 책임을 고객사인 대우조선에 떠넘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와 나태, 무능만을 탓하기에는 현재의 외부감사 수주 시장의 난맥상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회계법인을 분식회계의 주범처럼 몰아붙이기만 하다 보면 왜곡된 회계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섞여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인 중에는 재무제표의 작성의 일차적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감시인인 공인회계사만 비난하는 이도 적지 않다"며 "어디까지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은 회사에 있고 그것이 적정한지를 보는 것이 외부감사인인 공인회계사"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자신이 직접 외부감사를 할 회계법인을 고를 수 있다.

원래는 한국공인회계사가 정부의 위탁으로 외부감사인을 배정했지만 1983년부터시장 경쟁 원리를 도입해 감사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이런 자유 선임제가 도입됐다.

이후 공인회계사가 2만명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회계업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졌고, 이는 저가 수주 경쟁으로 귀결됐다.

저가 수주에 따라 회계법인들은 사업장 감사 시간을 줄이거나 경력이 짧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계사들을 감사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채산성'을 맞추고있다.

수주에 목 매인 회계법인이 철저한 '을'의 지위에 놓이게 되니 기업의 이상 징후를 보고도 못 본 척 넘기는 경우도 생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계법인들은 돈이 안 되는 외부감사보다는 컨설팅, 세무등 분야 매출을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우리나라의 외부감사 수수료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낮은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2012년 자산총액이 120조원대인 현대차가 지불한 외부감사 보수는 15억원이었다. 반면에 같은 해 자산총액이 160조원대인 미국 GM의 외부감사 보수는 462억원으로현대차 지급액의 30배에 달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리나라의 외부감사 시장의 정상화와 회계법인의 감시 역할 강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은 상장사 등으로 지정 감사 대상을크게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부실한 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를 포함한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회계법인의 책임 논란이 불거지는 등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며"며 "법 개정을 통해 법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제 역할을 못 한 회계법인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에 앞서 적정한 품질을 유지할 정도의 외부감사 보수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기업역시 적절한 회계정보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회계부정을 막으려면 지정감사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 보완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사를 받는 기업이 감사인인 회계법인을 골라 일감을 주는현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ch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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