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길 40년만에 물리학도로" 제2의 인생 전직 서울지법원장

입력 2016-10-10 18:40  

강봉수 박사 "실험실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이론 증명" 연구

"법조인으로 살았던 지난 40년이 저에겐 오히려'아웃사이더' 인생이었습니다." 10일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동에서 물리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물리학 콜로키움'에서 강봉수(73) 박사는 "비로소 학창시절의 꿈을 이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강 박사는 제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 인생을 시작했다. 대구지법에 부임해 부산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00년 서울지법원장을끝으로 퇴임했다.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하던 강 변호사는 2009년 돌연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자신이 졸업한 UC머시드대 대학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Post Doctor) 과정을 밟고 있다.

강 박사는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고 했더니 친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너 미쳤니?'였다"면서 "다들 박사학위 하다가 우리 나이에 암 걸리기 쉽다며 만류했다"고전했다.

주변에서는 이해 못 할 선택이라고 혀를 찼지만, 그에겐 오랫동안 마음속에 숨겨 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강 박사는 "줄곧 물리 쪽에 관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도 이과를 선택했다. 대학 입시 때도 서울대 원자력학과에 대해 관심이 있어 학장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 번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조인 외길 인생을 걸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주변의 은퇴한 동료들은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하며 인생의 여유를 즐겼지만,그것으로 만족하기는 충분하지 않았다.

강 박사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가끔 꿈에 대해 떠올렸지만, 우선순위인 현실에 파묻혀 뒤로 미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조인 생활을 하면서도 이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판결문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인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사자들한테 제대로 전달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덧붙이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노신사는 대학 후배인 핵물리학과 교수와 진로 상담을 하던 중 미국 유학을제안받고 토플과 GRE 공부를 위해 강남의 영어학원에서 고시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강 박사는 "학원 강사가 강의실 한쪽 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저 아저씨보다 못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면서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어 겨우영어점수 커트라인을 넘겼고, UC머시드대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7년간 러시아인, 중국인, 인도인 교수 밑에서 어려운 물리학 용어로 된 강의를외국어로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이제야 제 길을 찾았다는 깨달음 덕분이었다.

그는 "원하는 것을 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면서"대학에 합격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40년간의 삶은 사라지고 지금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 같은 벅찬 환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UC 머시드대학 레이먼드 차오 교수 밑에서 중력 속 quantum(양자)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강 박사는 "지난해 'LIGO'(라이고,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 연구진이 아인슈타인이 중력파 이론을 제시한 지 100년 만에 실제로 중력파를 검출해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실험실 수준에서도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지가 우리 연구의 화두"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마음속에 생각해둔 연구는 내가 몸담은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것이아니고 다른 것인데, 아직은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꿈은 도전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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