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근처로 핵폐기물이 옮겨지고 있었다니…"

입력 2016-10-18 06:00  

대전 유성 원자력연 '손상 핵연료봉' 반입에 지역 반발

초등학생 딸 2명을 둔 김모(44)씨 부부는 2011년 대전 유성의 한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은행 대출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데다 새로 조성한 단지여서 분위기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맞벌이 아내와 상의해 거처를 옮겼다.

평소 지인들에게 "천이 흐르는 수변 공원이 잘 정비돼 있고 이웃도 친절한 편이어서 살기 좋다"고 동네 자랑을 했다는 김씨는 최근에는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있다고 18일 전했다.

인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손상 핵연료봉'이 최근 20여년 새 수차례 들어와 보관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다.

그는 "경주 지진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가뜩이나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소식까지 듣게 되니 착잡했다"며 "공기 좋고 살기에 편하다는 이유로 옮긴 집 인근으로 핵폐기물이 옮겨지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는 사용후핵연료인 폐연료봉 1천699개(3.3t)가 보관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난 뒤의 핵폐기물이다.

이 중 309개는 손상 핵연료인데, 1988년에서 2010년 사이에 7차례에 걸쳐 부산고리원전·전남 영광 한빛원전·경북 울진 한울원전 등지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손상 핵연료는 작은 충격에도 파손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곳 주민들은 그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대량 저장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한전원자력연료·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서 2만9천 드럼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라는 이름표를 달고 1985년부터 이곳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차례로 옮겨질 예정이다.

다만, 이 폐기물을 모두 이송하기까지는 앞으로 십수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되는 손상 핵연료봉까지 지역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최근 불거지자 지역 사회는 들끓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설계해 안전 조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법상 법규에따라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는 원자력연구원 측 설명에도 주민들이 반발하는이유는 '운반·보관 실태조차 몰랐다'는 데에 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과 유성구의회 의원들이 전날 대전시청을 찾아 "그간 보관 사실을 쉬쉬하면서 주민을 기만했다"며 정부의 원자력 안전대책을 성토한 건 이 때문이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박현주 집행위원은 "지역 주민 역시 유성 핵시설에 대한 대비책 요구를 유성구와 구의회를 통해 끊임없이 해 왔다"며 "특히 지난해 조례제정을 통해 명문화한 민간원자력시설환경·안전감시기구를 제대로 운영했으면 조금더 이른 시일 안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원자력 시설 안전 관리와 환경영향 점검을 위해 주민 발의를 통해 만들어진 해당 조례에는 20명의 위원으로 꾸려진 유성민간원자력시설환경·안전감시위원회를 둘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일부 기관에서 위원회 구성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10개월 가까이 제대로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성구의회 김양경 사회도시위원장은 "조례상 위원회는 20명의 위원을 모두 위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20명이 되지 않으면) 예산 집행상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률 자문가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과 자치단체는 손상 핵연료봉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의 즉각 반출을요구하는 한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이전 대책과 지역 방폐장 수준의 지원 방안 마련을 지속해서 촉구할 방침이다.

walde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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