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사업부’ 전락

입력 2011-01-31 17:18   수정 2020-04-22 10:35


- 정책조율 및 제도비전 없이 전시사업 치중
- 건축계, 위원회 인적 쇄신 요구


<앵커>
주요 건축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부총리급으로 설립된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정책성과를 내지 못한 채 특정 사업 기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건축계에서는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혈세만 낭비하는 자리나누기 기구가 됐다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은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냥갑으로 대별되는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건축문화 개선을 목표로 지난 2008년 12월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설립됐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는 2007년 공포된 건축기본법에 따라 만든 것으로 건축기본법은 ‘정부가 건축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며 국가건축정책위 심의를 거쳐 대통령 보고후 확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건위는 민간위원 13명에 정부 15부 장관과 법제처장 등 모두 2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부총리급으로 만들었습니다.

건축정책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문광부 등 각 부처의 상충하는 법령과 갈등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국건위는 미래 제도 개선안을 내놓기 보다는 세종로 일대 ‘국가상징거리’ 등 보여주기식 서울시 지자체 수준의 개별사업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관계자
“종전 오세훈 시장이 해놨던 광화문광장 있잖아요? 그걸 기준으로 해서 더 확대되는 컨셉이고 그리고 이번에 광화문 복원되면서 그 앞부분이라든가 세종로 인근의 어떤 가로환경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같이 맞물리면서 상징거리로 같이 보는 개념이 되다보니까..”

이에 대해 건축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먼저 청와대로부터 초대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제의를 받았으나 조직 구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고사한 김석철 교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조례나 법령 규칙 등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지 구체적인 행위를 판단하고 하는 현업 부서가 아니잖아요. 정책위원회가 되든 금융위원회가 되든 법무부든 자기들이 뭘 하는지를 알아야지. 그건 법령 만드는데예요. 제일 처음에 그런 관계 법령들을 정비하고 법령들끼리 상충관계에 있잖아요. 우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경제화를 이루어왔고 도시화를 이루어왔기 때문에 옛날 도시화가 10%도 안됐을때의 법령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건축기본법 제정 당시 정치권을 설득하며 산파 역할을 한 김진애 의원과 한명수 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역시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진애 민주당 의원(국토해양위)
“이명박 정부에서 2년동안 설립한 후에 운영의 묘를 그렇게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아마 4대강 사업이나 국가상징가로같은 대통령 사업에 사업적인 부분에 조금 너무 치중을 했다. 그런가 하면 워낙 했어야될 건축 정책적인 부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오지 못했다.”

<인터뷰> 한명수 예도건축사무소 대표
“단순 사업이라든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이라든가 이런 쪽에 좀 치중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서 추진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차기 위원장으로 정부 사업을 잘 추진할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축계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복수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결과, 사실상 특정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관계자
“지금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인선)마무리단계로 알고 있어요. 뭐 후보군이 따로 있는건 아니죠. 지금 BH(청와대)에서 (인선)안은 가지고 있어요. 안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최종 확정은 안됐지요. 대통령께서 임명을 하시기 때문에 지금 결재과정에 있다고 보시면 되지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건위에 대한 전면적인 인선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법령 정비하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세종시와 4대강 문제에 대한 비전을 내놓으라 말이에요. 이런 것을 낼 수 있는 자가 위워장이 돼서 사리사욕을 버리고 일을 해보라 이거에요. 그 무능한 인간들이 또다시 나오면 해체하는게 나요.”

전문가들은 위원회 구성을 제대로 해서 건축기본법 정신을 살리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진정으로 높이는 길이라고 주문합니다.

<인터뷰> 김진애 민주당 의원(국토해양위)
“차기 위원회에서는 1기에서 잘 못했던 정책적인 부분 이 부분을 국토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이것이 관련되는 여러 부처들이 있고 특히 기획재정부의 여러 가지 계약 제도라든가 이런 부분에 중요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이런데 중점을 많이 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 한명수 예도건축사무소 대표
“선진형 법 제도로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보고 이런 걸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의식, 우리나라 국민같은 경우 건축은 대략 부동산의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들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국민개혁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장기 과제로 삼아서 두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스탠드업> 유은길 기자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각 부처의 상충되는 제도나 규정을 개선하고 구체적인 건축비전을 설정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따라서 어떤 한 정부나 정권의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사업추진 기구로 또는 보은인사의 성격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WOW TV NEWS, 유은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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