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내외 환율전망…캐리자금 어디로 흐를 것인가?"

입력 2012-01-02 11:39   수정 2012-01-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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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내외 환율전망과 캐리자금 어디로 흐를 것인가?

소득(GDP) 규모로 각국의 위상을 따져본다면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2011년 2분기부터 중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 간에 각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가세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환율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금융위기 이후 환율전쟁의 발단은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최근 각국 간 통화가치는 금리차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가장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명시적으로 시장개입을 하지 않더라도 현재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출진흥책과 맞물려 저금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벽두부터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총성없는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경쟁국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경제여건에 맞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국이 수출진작을 이유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되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때 경쟁국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한다면 통화마찰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벌써부터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 외환당국의 태도다. 2010년 6월말 이후 채택한 복스바스켓 제도 하에서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속에서도 최근 위안화 환율을 보면 달러 약세폭만큼 내려 고시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상대가격비율인 점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에서는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하나 오히려 평가절하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중심국이면서 출범 초부터 엔저 정책을 표방했던 일본 민주당 정부는 동일한 상황에 처하자 중국과 달리 엔고로 그대로 수용해 왔다.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지만 엔화 가치는 달러당 75엔대까지 올라가는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일본경제는 또다시 디플레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통화와 재정정책면에서 부양여지가 거의 없는 민주당 정부는 엔고에 따라 우려되는 디플레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엔화 약세를 간절히 희망해 왔다. 하지만 전임 간 나오토 총리까지는 시장개입에 미온적임 입장을 취해왔다. 섣불리 시장개입에 나섰다간 미국의 수출진흥책과 맞물려 환율마찰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우려되는 더 많은 피해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노다 정부는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돌변하면서 그동안 간헐적으로 우려해 왔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들에게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노다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이 이뤄졌으나 정작 그 효과는 갈수록 약화되는 분위기다.

<그림 1> 일본의 시장개입 추이



자료 : 일본 재무성

이처럼 이번 엔화 초강세는 일본 자체보다 대외요인에 더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투자매력도와 관계없이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은 엔화 강세를 초래하는 배경이다.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은밀하게 유도하고 있는 것이 일본경제가 엔화 초강세로 시달리게 요인으로 가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엔화 초강세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시장개입과 같은 일본의 자체적인 노력보다 1995년 5월에 맺혔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5년 4월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80엔선이 붕괴되자 국제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서방선진7개국(G7)간 달러 가치부양을 위한 합의가 있은 후 148엔대까지 오르면서 엔고 문제가 시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일본경제 위상이 1995년 당시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그만큼 엔화 초강세로 일본경제가 최악의 상황인 디플레 국면으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

특히 역플라자 합의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인위적인 달러 가치 부양을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1995년 당시에 비해 경기가 부진한데다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이 다시 위험수위에 도달할 만큼 다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장개입에 미국이 달러 약세로 맞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적극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의 시장개입이 환율전쟁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이 이 대목에 있다. 일본 정부가 너무 의욕만 앞세워 엔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장개입과 그 강도를 더 높여나갈 경우 주변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 조치 이후 유럽과 신흥국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국제외환시장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가장 주목되는 변수다. 지난해말까지 미국 등의 압력으로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절상되긴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업체를 비롯한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종전과 갖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어 온 중국 제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으로 평가돼온 노동시장과 관련해 노동공급의 점진적 감소, 노동비용 상승, 노동분쟁 증가 등으로 종전과 같이 양적 투입확대에 의존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은 외형적 확대단계를 지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화 등 질적인 선진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성장경로(growth path)은 초기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한 외연적 단계(extensive growth path)에서 이것이 한계에 봉착하면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따지는 내연적 단계(intensive growth path)로 넘어가야 성장통(痛)을 겪지 않는다.

내연적 단계로 완전히 이행되기 전에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외연적 성장단계의 주력산업은 저부가가치 업종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가치가 5% 절상될 경우 저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돼 있는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향후 5년간 총 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는 주로 노동집약적 업종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과거 위안화 절상(2005∼08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점유율이 오히려 확대된 점을 고려할 때 한계 산업을 제외하고는 기술혁신 등 생산성 향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종전과 달리 비가공무역 확대와 중간재 국산화 등으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피해가 커질 소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근 환율전쟁이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기인하는 만큼 캐리자금의 향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으로 흐르는 자금흐름상에 종전과 다른 현상은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그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해지는 추세다.

즉,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등에 투자할 때 원화의 적정수준을 유난히 많이 따진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 모델, 수출채산성 이론 등이 있다. 국내 예측기관들이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1070∼1100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5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여전히 환차익이 기대되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상 10억 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10원 정도가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단순히 환차익만을 기대해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50∼80억 달러 내외의 외국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율전쟁이 불거질 때마다 그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로 환율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주목해야 한다. 잔물결 효과란 호수에 큰 돌을 던지면 한차례 큰 파동과 함께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파동을 말한다. 최근 환율전쟁은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 중심국간에 벌어지는 만큼 중간자 위치에 낀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분간 믿고 맡길 만한 중심통화가 없는 이른바 ‘중심통화의 카오스(혼돈)’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달러 위상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중심통화로 거론되고 있는 유로화와 위안화, 국제통화기금의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 제3의 통화인 `테라(Terra)` 등이 달러화를 대체하려면 상당기간 거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가 중요해지는 때다. 정책적으로 환율의 하락속도와 변동폭을 완화시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진하고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은 인포 데믹(info-demic)‘ 혹은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만 경계하면 커다란 충격없이 지나갈 수 문제이기도 있다. 하지만 환율전쟁에 가장 민감함 기업인들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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