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 ‘2월 위기설’이 나돌았던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이럼에 따라 그 배경과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인가가 최대관심사다.
올들어 외국인 자금의 유입규모는 7조원에 이른다. ‘1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스피 지수가 150 포인트 넘게 오른 가장 큰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도 111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올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으로 봤던 1100원 붕괴 여부가 초읽기에 몰리고, 원‧엔 등 이종통화 환율도 오랜만에 동반 하락하고 있다.
최근처럼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시각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와 외평채 가산금리는 작년말에 비해 하락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도 유럽국을 중심으로 ‘강등 도미노 추세’ 속에 우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오히려 피치사로부터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리 내부적으로 혼탁한 사정에도 불구, 해외시각이 개선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유럽위기 이후 해외투자시 가장 중시하는 재정의 건전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 내외로 우리가 속한 신흥국 위험수위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갑작스런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완충능력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 제1선 자금인 외환보유액은 3100억 달러를 웃돈다. 제2선 자금도 미국,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를 감안하면 15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광위 캡티윤 모델에 따른 추정된 우리 적정외환보유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2월 위기설’도 그렇다. 4년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나라 안팎으로 어려울 때마다 고질적인 위기설이 나돌았으나 가시화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마다 위기설에 쉽게 영향하는 일부 국내 투자자와 달리 외국인은 모리스 골드스타인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위기설의 실체를 따져 한국에 투자여부를 결정했다.
관심은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외국인 자금유입대비 주가탄력도를 감안해 앞으로 외국인 자금 순유입 규모가 10조원 넘기면 코스피 지수는 21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도 1100원대는 쉽게 무너지고 1050원 내외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건도 비교적 괜찮다. 국채, 모기지 증권, 주식, 우량 회사채 등을 활용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다양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국제유동성이 풍부하다. 유럽위기 악화 등으로 마진 콜(margin call, 자본부족)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deleverage, 투자자산 회수)에 따라 국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도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 내부투자여건인 재정건전성, 완충자본 확충능력 등도 단기간에 쉽게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우리의 해외시각을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국의 해외시각과 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해당국 정책당국보다 기업의 역할이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 여부는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정책당국과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정책당국은 각종 판단지표로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데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잦은 정책변경,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 부정부패 등으로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데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면 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요인이 커지는 대신 위기 불감증이 심화돼 왔다는 점이다. 경제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이 유럽위기와 같은 사태를 계기로 외자이탈로 연결될 경우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진다. 이것이 ‘위기 재귀설(crisis reflexibility)’의 실체다.
정책당국은 최근처럼 대외환경이 악화될 때마다 우리 사회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위기설을 근본적으로 불식시켜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진단을 토대로 갈수록 지연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국민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위기설과 같은 근거없는 정보에 영합하는 ‘인포 데믹’과 각종 위험을 과다하게 평가하는 ‘리스크 데믹’ 현상이 나타난다면 금융시장은 기초여건과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초여건이 건실하다 하더라도 수익률 변수가 심하게 요동친다면 외국인 자금이 추가적으로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탐욕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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