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롱숏전략이 대세..종목 선택에 신중을

입력 2012-02-29 15:40   수정 2012-02-29 15:40

<성공투자 오후증시 2부 - 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양증권 박문환 > 3월 1일과 2일에 열기로 했던 유로정상회담이 또 다시 독일의 고집으로 좌절됐다. 원래 ESM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되기로 했었다. 그때까지만 기존 EFSF가 유지될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ESM을 1년 간 앞당기기로 했었는데 이후에 EFSF를 원래대로 내년 7월까지 존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역시 1년 먼저 앞당겨서 폐지시키는지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유럽 대부분 나라들의 주장은 EFSF를 만드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노력도 많이 들어간데다가 어차피 허가를 얻은 자금이니까 폐기하지 말고 ESM과 EFSF를 함께 존속시키자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그럼 모두 가용자금이 ESM이 5000억 유로 EFSF가 잔여 자금이 2500억 유로 합쳐 7500억 유로가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독일에서는 ESM이 가동되면 즉시 EFSF는 중단돼야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주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독일이 먼저 증액하지 않으면 IMF도 먼저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재무장관이 한 마디 했다. IMF에 대해 증액에 대해 계속 반대입장을 고수했던 미국이 이렇게 얘기한다. 만약 독일이 먼저 기금 증액을 허용하게 되면 미국은 IMF의 증액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대부분 생각을 할 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마침 주초에 독일의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EFSF를 내년 7월까지 존속시키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단하기로는 이제 독일이 고집을 꺾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오늘 새벽 독일의 정부가 대변인을 통해 이렇게 발표한다. 5000억 유로 이상 증액 필요 없다고 말이다. 이것 때문에 만나려고 했던 건데 증액이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해버렸으니 만날 필요도 없지 않나 그래서 좌절된 유로정상회담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큰 뉴스였다.

독일발 악재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의 헌법재판소에서는 EFSF의 결정을 위한 소위원회의 판단이 독일 하원의 의견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인데 지금까지 EFSF에 대한 지원을 결정할 때 하원을 거치게 되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래서 9인의 소위에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 돈이란 것이 급할 때 쓰지 못하면 위험해 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EFSF에 대한 결정은 독일 하원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결정됐다면 그만큼 모든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제법 커 보이는 두 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 증시는 물론이고 미국 증시도 좋아졌다.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소비자 신뢰지수 두 가지가 있다. 미시건대 신뢰지수가 있고 컨퍼런스보드의 신뢰지수가 있는데 미시건대 신뢰지수는 보통 수입을 근거로 만들고 컨퍼런스보드의 신뢰지수는 고용을 근거로 만든다. 그러니까 고용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지수 특히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예상보다 좋았다는 것이 호재는 분명 호재다. 하지만 그 하나가 모든 악재를 모두 물리졌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오늘 밤에 LTRO에 대한 기대치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예전에는 자동차 업종 쭉 가면 다같이 가고 조선업종 가면 쭉 다 같이 가고 그랬었는데 요즘에는 같은 증권주라도 하나는 가고 하나는 안 가고 은행주라도 하나는 가고 하나는 안 가고 이런 식으로 왜 이렇게 변화가 심해졌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유가 있다. 최근 롱숏전략이 많아지고 있다. 롱숏이라고 하는 것은 시장 중립형 헤지펀드 기법 중에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기법 중의 하나다. 여기서 롱이라는 것은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숏은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롱숏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시장이나 종목을 팔고 다른 하나의 시장이나 종목을 동시에 사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말로 따지자면 사고팔고가 되겠다.

그 중 한 가지가 제로베타 기법인데 종목에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게 되면 그 주식이 얼마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표시해 주는 것이 있다. 바로 베타계수다. 변동성 지수인데 이 베타계수를 제로로 만들 경우 그 거래를 통해 위험은 제로가 된다. 베타가 곧 종목의 위험이라고 했는데 위험을 제거했으니까 위험이 없는 무위험 거래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제로베타 기법을 통해 현대차를 매수하고 기아차를 매도하는 거래를 결정했다고 생각해 보겠다. 그러면 이것 분명히 같은 업종이고 그렇게 매출이 큰 차이가 나게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는 징그럽게 오르고 하나는 죄도 없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일본 시장과 한국 시 장간에 시장 거래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이걸 시장간 차익거래라고 이야기한다. 롱숏 전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모습을 보면 일본이 양적완화 하고 나서부터 엔화가 하락했다. 엔화가 하락하던 시기에 우리내 자동차 관련주들은 다 하락했다. 올라도 조금 오를 뿐이었다. 근데 이 시기에 일본의 도요타나 혼다나 이런 종목을 보면 거의 20% 이상 급등했다. 왜 그랬을까 이게 바로 환율 움직임에 의해 향후 이익의 기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의 자동차를 팔고 일본의 자동차를 매수하는 소위 롱숏 거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런 거래가 성행하다 보니 예전에는 IT가 가면 다 따라가고 은행주가 가면 다 가는 상태가 됐는데 요즘에는 누군가가 파는 종목은 어쩔 수 없이 하락하고 사는 종목은 상승하게 되는 기현상이 대형주 사이에서도 자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내 증시에 첫선을 보였던 한국형 헤지펀드 기억할 것이다. 12개 정도가 처음 시작을 했는데 그 중에 무려 11개가 이런 롱숏전략을 수행하는 헤지펀드라면 아마 앞으로 이런 일은 점차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곧 종목선택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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