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노는 청년’ 100만명 시대

입력 2012-03-28 18:04   수정 2012-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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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요즘 젊은층들의 생활을 보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한쪽에서는 취업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취업을 아예 포기한 청년백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별한 직업도 없고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통해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는 이른바 니트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일명 니트족 증가의 실태와 해법 방안을 함께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회취업팀 박준식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박기자 니트족이라고 표현했는데, 정확하게 어떤 의미고 흔히 말하는 청년 백수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최근에 등장한 용어로 지난 1999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16세~18세 사이의 청년층 가운데 교육을 받지 않는, 쉽게 이야기하면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졸업을 했고 현재 직장이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일본에서는 청년무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수와 굳이 비교하자면 직업이 없는 것은 같고, 니트족은 취업을 할 의지가 없는 사람을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직업 없이 사는 데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다 있겠지만 취업 의지가 자체가 없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듭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이런 니트족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201만5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제활동인구, 그러니까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우리나라 국민 중 심신이 멀쩡한데도 구직, 가사, 육아, 취업준비 등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200만명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규모도 충격적이지만 더 걱정인 것은 그냥 쉬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3년에는 91만명이던 것이 2004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2009년 148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10년 142만명으로 잠시 줄었지만 2011년 160만명으로 불어나더니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 선을 돌파했습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20대만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15~34세 ‘청년 니트족’이 2003년 75만1000명에서 2010년 99만6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앵커>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과도한 취업난에 일을 하고 싶어도 직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기자>당연히 그렇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해도 뽑아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백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캥거루 부모가 늘어나는 것도 니트족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캥거루 부모라고 하면 성인이 자식을 품에 안고 다니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죠?

<기자>네 성인이 됐는데도 부모 품을 떠나지 않고, 예를 들면 대학생 중에 부모님이 강의 스케쥴을 대신해서 작성해 주는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부모 중 상당수가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이유로 실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우입니다.

<앵커>정말 씁쓸할 이야기인데요,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좋은 직장만 찾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기자>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그런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누가 월급도 많이 주는 근무 환경이 우수한 직장을 싫다고 하겠습니까. 구직자 입장에서 더 좋은 직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일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치 사법고시 준비에 청춘을 포기하는 것 처럼, 한창 일 할 나이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만 경주하는 것입니다.

이런 니트족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야간과 새벽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과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한유경(가명, 당산동 거주)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최고의 직장에만 다니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직장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하지만 무작정 그런 직장만 찾기보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처음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쉬고 있어서 충격이라고 말했는데요, 정말 이렇게 니트족이 많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기자>네 니트족의 증가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손실입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각종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안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일부 니트족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에 청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사회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전화인터뷰)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일자리 자체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일자리의 질이 낮아서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까지 오래 걸려 이런 현상이 발생했고. 소득의 양극화나 평준화를 방해하고 청년층내에서 빈민층으로 전략하는 사례 늘고 있다. 기간이 오래 걸리면 약물중독이니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자>니트족이 무슨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치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그렇다면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해답은 간단합니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됩니다. 기업에서 사람을 더 뽑으면 됩니다. 구직자들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눈높이를 낮추면 됩니다. 아주 이론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이것 말고는 정답이 없습니다.

여기에다 정부에서는 스스로 뭔가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을 독려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하면 됩니다.

요즘 보면 60세 넘었다고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또 그렇게 대접하지도 않습니다.

서른 넘은 나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장 없다고 부끄러워할 상황도 이제는 아닙니다. 저만 해도 서른 넘어 기자를 시작했습니다. 노력하면 반드시 길은 있습니다.

<앵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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