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GDP) 규모로 각국의 위상을 따져본다면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2011년 2분기부터 중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 간에 각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환율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3년에는 세 국가 모두가 새 정부를 맞아 환율전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번 환율전쟁의 발단은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최근 각국 간 통화가치는 금리 차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가장 크다. 이런 상황에서 초저금리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경쟁국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경제여건에 맞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되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 외환당국의 태도다. 2010년 6월말 이후 채택한 복스바스켓 제도 하에서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속에서도 최근 위안화 환율을 보면 달러 약세폭만큼 내려 고시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상대가격비율인 점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에서는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하나 오히려 평가절하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는 엔화 초강세로 내내 시달려 왔다. 더욱이 엔화 초강세는 일본 자체보다 대외요인에 더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투자매력도와 관계없이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해 왔고,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엔화가 초강세로 몰리게 된 배경이다.
엔화 초강세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시장개입과 같은 일본의 자체적인 노력보다 1995년 5월에 맺혔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이 봐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95년 4월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80엔선이 붕괴되자 국제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선진 7개국(G7)간 달러 가치부양을 위한 합의가 있은 후 148엔대까지 오르면서 엔고 문제가 시정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일본경제 위상이 1995년 당시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그만큼 엔화 초강세로 일본경제가 최악의 상황인 디플레 국면으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
특히 역플라자 합의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인위적인 달러 가치 부양을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1995년 당시에 비해 경기가 부진한데다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이 다시 위험수위에 도달할 만큼 다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장개입에 미국이 달러 약세로 맞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적극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의 시장개입이 환율전쟁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이 이 대목에 있다. 일본 정부가 너무 의욕만 앞세워 엔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장개입과 그 강도를 더 높여나갈 경우 주변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발권력을 동원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극우적인 엔고 저지책을 표방해 미국,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주변국들도 긴장시키고 있다.
2013년 국제외환시장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가장 주목되는 변수다. 2012년말까지 미국 등의 압력으로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절상되긴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업체를 비롯한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종전과 갖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분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어 온 중국 제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으로 평가돼온 노동시장과 관련해 노동공급의 점진적 감소, 노동비용 상승, 노동분쟁 증가 등으로 종전과 같이 양적 투입확대에 의존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은 외형적 확대단계를 지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화 등 질적인 선진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성장경로(growth path)은 초기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한 외연적 단계(extensive growth path)에서 이것이 한계에 봉착하면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따지는 내연적 단계(intensive growth path)로 넘어가야 성장통(痛)을 겪지 않는다.
내연적 단계로 완전히 이행되기 전에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외연적 성장단계의 주력산업은 저부가가치 업종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가치가 5% 절상될 경우 저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돼 있는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향후 5년간 총 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근 환율전쟁이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기인하는 만큼 캐리자금의 향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으로 흐르는 자금흐름상에 종전과 다른 현상은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해지는 추세다.
즉,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등에 투자할 때 원화의 적정수준을 유난히 많이 따진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 모델, 수출채산성 이론 등이 있다. 국내 예측기관들이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1070∼1090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수준보다 더 내려간다면 우리 수출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율전쟁이 불거질 때마다 그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로 환율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주목해야 한다. 잔물결 효과란 호수에 큰 돌을 던지면 한차례 큰 파동과 함께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파동을 말한다. 최근 환율전쟁은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 중심국간에 벌어지는 만큼 중간자 위치에 낀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책적으로 환율의 하락속도와 변동폭을 완화시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진하고 경제주체들은 ‘리스크 데믹’만 경계하면 충분히 충격을 감내하면서 지나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환율에 민감한 기업인들은 2013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곰곰이 따져보면 이번 환율전쟁의 발단은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최근 각국 간 통화가치는 금리 차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가장 크다. 이런 상황에서 초저금리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경쟁국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경제여건에 맞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되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 외환당국의 태도다. 2010년 6월말 이후 채택한 복스바스켓 제도 하에서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속에서도 최근 위안화 환율을 보면 달러 약세폭만큼 내려 고시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상대가격비율인 점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에서는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하나 오히려 평가절하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는 엔화 초강세로 내내 시달려 왔다. 더욱이 엔화 초강세는 일본 자체보다 대외요인에 더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투자매력도와 관계없이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해 왔고,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엔화가 초강세로 몰리게 된 배경이다.
엔화 초강세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시장개입과 같은 일본의 자체적인 노력보다 1995년 5월에 맺혔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이 봐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95년 4월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80엔선이 붕괴되자 국제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선진 7개국(G7)간 달러 가치부양을 위한 합의가 있은 후 148엔대까지 오르면서 엔고 문제가 시정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일본경제 위상이 1995년 당시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그만큼 엔화 초강세로 일본경제가 최악의 상황인 디플레 국면으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
특히 역플라자 합의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인위적인 달러 가치 부양을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1995년 당시에 비해 경기가 부진한데다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이 다시 위험수위에 도달할 만큼 다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장개입에 미국이 달러 약세로 맞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적극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의 시장개입이 환율전쟁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이 이 대목에 있다. 일본 정부가 너무 의욕만 앞세워 엔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장개입과 그 강도를 더 높여나갈 경우 주변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발권력을 동원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극우적인 엔고 저지책을 표방해 미국,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주변국들도 긴장시키고 있다.
2013년 국제외환시장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가장 주목되는 변수다. 2012년말까지 미국 등의 압력으로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절상되긴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업체를 비롯한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종전과 갖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분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어 온 중국 제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으로 평가돼온 노동시장과 관련해 노동공급의 점진적 감소, 노동비용 상승, 노동분쟁 증가 등으로 종전과 같이 양적 투입확대에 의존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은 외형적 확대단계를 지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화 등 질적인 선진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성장경로(growth path)은 초기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한 외연적 단계(extensive growth path)에서 이것이 한계에 봉착하면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따지는 내연적 단계(intensive growth path)로 넘어가야 성장통(痛)을 겪지 않는다.
내연적 단계로 완전히 이행되기 전에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외연적 성장단계의 주력산업은 저부가가치 업종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가치가 5% 절상될 경우 저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돼 있는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향후 5년간 총 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근 환율전쟁이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기인하는 만큼 캐리자금의 향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으로 흐르는 자금흐름상에 종전과 다른 현상은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해지는 추세다.
즉,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등에 투자할 때 원화의 적정수준을 유난히 많이 따진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 모델, 수출채산성 이론 등이 있다. 국내 예측기관들이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1070∼1090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수준보다 더 내려간다면 우리 수출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율전쟁이 불거질 때마다 그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로 환율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주목해야 한다. 잔물결 효과란 호수에 큰 돌을 던지면 한차례 큰 파동과 함께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파동을 말한다. 최근 환율전쟁은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 중심국간에 벌어지는 만큼 중간자 위치에 낀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책적으로 환율의 하락속도와 변동폭을 완화시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진하고 경제주체들은 ‘리스크 데믹’만 경계하면 충분히 충격을 감내하면서 지나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환율에 민감한 기업인들은 2013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원화 절상과 함께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