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 전문위원 > 글로벌증시가 모두 좋은데 우리만 왜 이런지 모르겠다. 외신을 아침부터 열심히 보고 좋은 소식이 있어서 이야기를 해도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면 힘이 빠진다. 오늘은 그래도 어제만큼은 반등하기를 기대하며 2000선을 구경하기를 바란다.
로이터 통신의 마감 브리핑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경기민감주, 금융과 원자재 관련주가 오늘 월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도 월가의 이런 분위기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시장도 오늘 기대를 하고 싶다. 미국의 실적 시즌은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식으로 시작 전에 이미 엄살을 부렸기 때문에 최근 실적에 대해서는 시장의 반응이 상당히 호의적이고 관대하다는 평가다. 그 밖에 특별한 뉴스는 없다.
오늘도 투자자들이 안심을 하고 주식을 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제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이후 훈훈한 분위기를 굳이 깨지 말자는 공화당의 액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절벽 이후로 부채한도가 워싱턴의 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여론을 챙기자는 쪽으로 전략 혹은 전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3개월짜리 한시적인 부채한도 증액 법안 원문을 보자. 지난 주말에도 이미 이 내용은 나왔다. 공화당 하원 당직자들이 3개월짜리 임시 부채한도 증액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때는 우리나라가 주말이다 보니 불확실성 해소에 긍정적이라고만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드디어 하원에서 법안이 마련됐다. 2013년 5월 19일까지 미국의 부채한도를 일시적으로 증액한다는 발의안 내용이다. 당연히 오늘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현상 재개로 연결됐다.
그러나 임시방편이라는 것은 알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공화당의 의도는 지난번처럼 순식간에 여론몰이에 실패하면서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무릎 꿇고 싸인하는 치욕을 번복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모양새라도 보기 좋게 시간을 벌어놓은 후에 이를 다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미 정부 재정적자 감축, 지출 감축에 대해 강도 높게 통과시키도록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의도다.
5월 19일까지는 잊고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법안에 대한 하원 표결이 미국시간으로 수요일, 우리시간으로 오늘 밤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대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에서의 통과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신 선반영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통과된다고 해서 호재라고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구글의 4분기 실적보고서가 미국시장 마감 후에 나왔다. 그야말로 소상공인 인터넷기업으로 출발해 한때 첨단기술의 상징으로 통했던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까지 인수하면서 인터넷업종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구글의 실적이 나왔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우리증시로 표현하면 yes24가 교보그룹 전체를 인수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구글은 이번에도 실적 호조 행진을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36%, 전분기 대비 8%의 실적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구글의 광고수입은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의 광고수입이 한계에 다다랐으며 완숙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의견을 보기 좋게 무시해버렸다. 이들이 내다본 예상치가 10달러 47센트였는데 구글이 발표한 표준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레어 EPS가 10달러 65센트로 예상치를 여유 있게 상회했다. 페이드 클릭이라는 유효매출 클릭수, 즉 광고 클릭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반면 코스트 퍼 클릭, 한 번 클릭할 때 구글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오히려 6%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는 광고가 무작위로 뜬다. 심심하면 재미로 보는 식이라 우리나라 인터넷사이트 광고가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그야말로 복불복의 수준이다. 그러나 구글은 다르다. 오히려 완숙단계에 다다른 구글 광고 시스템이 지출을 줄여줬다. 전분기 대비 R&D 비용이 14%에서 12%로 줄었고 세일즈 마케팅 비용도 13%에서 12%로 줄었다. 그리고 총 비용이 79%에서 57%로 12%나 감축됐다. 여기에 따라 경영 마진은 33%로 전분기 21% 대비 현격한 증가를 기록했다. 대신 모토로라 모바일에서는 손실폭이 조금 더 커지기는 했는데 과연 어떻게 모토로라를 구글 스타일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구글의 엄청난 광고 시스템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볼 필요가 있다. 이름하여 애드워즈다. 구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하지만 구글의 광고 시스템 애드워즈는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무조건 부러워하고 모방이든 재창조든 어떻게든 따라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전기전자업종을 IT라고 통틀어 부르는데 IT는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다.
이런 수식어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회사가 구글이다. 일단 구글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디에 살며 최근 무엇을 검색했고 어떤 사이트를 드나들었는지 등의 정보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진짜 관심을 가지고 실제 매출로 연결될 만한 광고들이 자동으로 뜬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이 이번 실적 호조에도 도움을 줬다.
구글의 시간 외 거래동향을 보자. 마감 후에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에 동시호가를 봐야 한다. 현재 5% 상승 중이다. 이 효과는 나스닥 선물까지 전해졌는데 현재 5포인트 정도 상승하고 있다. 이를 구글의 효과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같은 구글의 실적 호조는 국내 전기전자업종의 대승적인 업황 분위기에도 나쁠 것이 전혀 없다. 어제 삼성전자가 반등을 했지만 비슷한 인터넷, IT 관련주는 오늘 구글 효과에 약간 반응하는 제스처만 취해주는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MSCI 한국지수를 보자. 고점 대비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난 한 달 정도 외국인의 줄매수에 이어 요즘은 조금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뱅가드라고 해도 좋고 뱅가드 핑계를 대는 헤지펀드의 공매도라고 해도 좋다. 모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62.31 정도의 수준은 환율 등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 코스피 2000 정도는 본전이라고 보는 시각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