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Konglish는 잘못된 영어?

입력 2013-03-29 11:37   수정 2013-03-29 13:55

[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15편. Konglish는 잘못된 영어?

“그거 Konglish잖아.”라는 핀잔을 한 번쯤을 들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Konglish는 잘못된 영어일까요? 가령, Officetel은 어떤가요? Officetel은 Office와 Hotel의 합성어인데요, 영어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그럼 우리는 Officete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한국에서의 Officetel은 Hotel이나 Office, 혹은 Apartment로 대체 될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니, Officetel로 부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Konglish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Konglish를 쓰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키피디아에는 Konglish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한국어식 맥락에서 사용되는 영어 단어 또는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되지 않는 영어와 한국어의 합성어 (The words … are either actual English words in Korean context, … or are made from a combination of Korean and/or English words … which are not used in English-speaking countries).” 이쯤에서 떠오르는 질문 한 가지는 이것입니다. ‘한국어식 영어 사용이 틀린 것인가?’ 만약 한국어식 영어인 Konglish가 틀린 영어라면, 만약 그렇다면 싱가폴에서 사용하는 영어인 Singlish는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Native speakers”와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두 틀린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Konglish 단어 중 소개팅을 언어학에서는 loan-blend으로 규정하는데요, 한국어 ‘소개’와 영어에서 빌려온 단어 ‘meeting’ (business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지만)를 합친 단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 ‘eye shopping’도 사실은 “native speakers”는 ‘window shopping’이라고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제 수강생 분들도 종종 혼동해서 사용하곤 하는데요, 저는 그럴 경우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렇게 사용한다며 알려드립니다. 틀렸으니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표현도 있음을 인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영어를 주로 배운 경우, 영어 단어가 갖는 뉘앙스나 “native speakers”가 주로 사용하는 문법에는 익숙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많이 신경 쓰는 문법도 사실은 규칙이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tendency를 집약해놓은 것이지요. “native speakers”들이 사용하는 문법과 다소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Singlish가 싱가폴식 영어로 인정받듯이 (물론, 이에 대한 많은 이견이 있을 테지만) Konglish도 한국인이 사용하는 영어의 dialect로 인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실제 제 강의에서도 수강생 분들이 “native speakers”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요. 수강생이 일일이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저는 자신의 의사를 문제없이 표현할 수 있고, 이해가 가능한 한 일일이 실수를 지적하며 수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수강생들의 의욕을 꺾거나 동기부여에 반하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native speakers”보다 영어 실수에 더 엄격한 경우가 많은데요. 문맥에 큰 혼선이 있거나 의사소통에 큰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Konglish도 English의 한 종류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native speakers”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interaction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선하 ELF 강사. </STRONG>http://blog.naver.com/goseon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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