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④ 꿀벌펀드를 살리자

입력 2013-04-30 10:41  

[조충현의 ‘펀드노트’] ④ 꿀벌펀드를 살리자

지난해 따뜻한 날이 많아 양봉농가들의 벌꿀 생산량은 급증한 반면, 불경기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재고물량이 넘쳐나면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파운드(450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 꿀벌은 20,000번의 비행과 56,000송이의 꽃에 방문하고, 지구의 세 바퀴 이상에 해당하는 거리를 날라야한다는 데, 꿀벌의 수고로움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펀드에도 꿀벌을 닮은 펀드가 있다. 적립식펀드다. 꿀벌처럼 꾸준하고 부지런한 펀드다. 작은 것을 크게 만들어 효용성을 높이는 펀드의 속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펀드가 적립식펀드다. 특히 적립식펀드의 평균비용효과(Cost Average Effect)는 일시적인 시장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려는 투자자에게 최적의 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이와 같은 적립식펀드의 장점이 국내 투자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적립식펀드는 판매규모가 꾸준히 늘어나 2007년 58조원, 2008년 77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고비로 판매규모가 조금씩 줄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 그 감소폭이 늘어 고점에서 30% 가까이 줄어든 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시장의 위기 때마다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며 국내펀드시장의 버팀목이 되었던 적립식펀드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적립식펀드의 수요 위축은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수익률 저조라는 일반적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감 상실이다. 투자자가 시장을 믿고 장기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신뢰가 확실해야한다.

매달 불입하는 내 돈이 빈틈없이 지켜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만일 자신의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나 판매사가 이러한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투자자를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이나 회사 간 수익률 경쟁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러한 펀드 판매채널들의 이기적 행동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하나 둘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은 펀드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기에 이르렀다.

펀드 평가 회사나 펀드 분석 기관들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은 이들에게 시장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고 공정한 심판자가 되어 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판매채널과 한통속이 되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많은 투자자들을 경솔한 매매로 이끌었다. “지금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 같은 조바심 나는 분석 자료를 보고 조급해지지 않을 투자자는 드물다.

꿀벌이 모아 오는 달콤한 벌꿀에만 관심을 갖는 양봉업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꿀벌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내년 내후년을 기약할 수 있다. 펀드시장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적립식펀드가 흔들리면 건전한 펀드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적립식투자에 대한 수급 개선을 위한 정상화 방안은 서둘러 만들어져야 한다.

물이 있어야 배가 뜨는 법이다. 다시 한 번 펀드 부흥이라는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투자자들로 부터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펀드리더들의 인식전환과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땜질식 해결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묻지 마’ 투자 시절에 품었던 투자자들에 대한 낡은 생각은 이 기회에 말끔히 버렸으면 좋겠다.

몇 번의 시련을 겪어낸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당장 일선 창구에서부터 인식전환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한다. 구조적 문제 해결 의지 없이 밝은 미소와 인사만 가지고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려해서는 안 된다. 고객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와 상담 직원들이 많아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보일 때 펀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달라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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