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어린이들의 영어 트라우마 그리고 어른들의 역할

입력 2013-05-10 16:16  

[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18편. 어린이들의 영어 트라우마 그리고 어른들의 역할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교사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입니다. 그 분이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영어 수업에 어느 학생이 있는데, 한국어를 읽는 데에는 문제는 없지만 영어는 읽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은 학교 영어 수업 중 그림을 이용하여 단어를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그 학생이 버스의 그림을 보고 “버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bus”라는 영어 단어는 읽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분명 다른 학습 능력에는 크게 문제 없고 한국어로 글을 쓰고 말하는 것도 곧잘 하는 학생인데 말입니다.

이 얘기를 듣던 다른 어느 분은 조심스레 난독증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얘기를 했고, 또 다른 원어민 교사는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한국에서 많이 보았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가령, 영어 자체를 말하거나 쓰기를 꺼리는 학생 혹은 영어 성적이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I hate English.”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혹시 이런 어린 학생들을 주변에서 보신 적이 있거나, 혹시 여러분의 자녀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요?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어린 아이들이 왜 이렇게 영어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hate’하는 대상으로 까지 여기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우리 어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어릴 적 영어를 배울 때 가르치던 분이 영어 실수를 할 때 마다 혼을 냈서나 혹은 어느 형태로든 영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날 대화에서 얻은 결론인데요, 끔찍한 일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이 오히려 그 어린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어주었다니 말입니다.

영어 교육 현장에서 혹은 밖에서 받는 아이들의 영어 스트레스는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그 수위가 높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날 수업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정신적 혹은 신체적 체벌을 가하거나, 영어를 단기간 내에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몰입식 영어 교육을 강요하거나, 옆집 아이들의 영어 성적과 우리 아이의 영어 성적을 비교하며 언어 실력을 시험 점수로 평가하고 비교하거나, 영어를 잘 해야 좋은 중고등학교, 대학교, 결국에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경우가 모두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총 몇 년간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요? 요즘은 유아 때부터 조기 영어교육을 하는 경우도 흔한데요, 5살 때부터 집에서 혹은 교육 기관을 통해 영어를 배워 대학 졸업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면 최소 19년은 이러한 영향을 받으며 영어를 배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최초 영어 교육 당시에 받았던 영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아이들이 갖게 된다면, 그 이후로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에 갇힌 채 영어를 언어가 아닌 극복해야 할 장애물 혹은 끔찍하게 싫어서 무시하고픈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극복하기 더 어려운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영어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어른들이 갖고 있는 영어에 대한 기억도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가령,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날짜와 같은 번호의 학생들은 긴장을 해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영어 교과서 지문을 읽고 해석하고 해석하다가 틀리면 선생님께 혼나거나 벌을 서는 경우도 있었고, 영어 단어 시험을 보거나 주어진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쓰는 쪽지 시험도 많았고, 틀린 문제대로 체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영어 선생님을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입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졸업하기 위해 또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TOEIC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막상 회사에 가게 되면 이번엔 영어 시험 성적 말고 직접 영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회화 학원을 다니거나 OPIC이나 TOEIC Speaking을 준비하는 학원을 다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어를 정복의 대상이거나 혹은 기피의 대상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입니다.

어쩌면 위에 언급했던 아이들은 우리의 과거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과거의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없는지, 우리가 영어를 언어가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왜곡된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가혹하리만치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우리도 그런 경험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영어를 어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도리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이선하 ELF 강사. http://blog.naver.com/goseon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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