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시기, 글로벌 자금흐름에 변화"

입력 2013-06-19 09:38  

출발 증시특급 1부 - 머니인사이트
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버냉키 의장 입장에서는 시장의 기대와 정책의 방향 등에 균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시장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 정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버냉키 의장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역으로 그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패를 모두 보여주면 플레이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요구는 양적완화와 관련된 축소 스케쥴을 명확하게 보여달라는 것이다. 단순히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말뿐만 아니라 어떤 스케쥴로 이것들이 진행되는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경제적인 조건이 굉장히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다. 고용시장, 인플레이션 전망도 살펴봐야 한다. 양적완화 정책의 비용과 효과도 따져보도록 되어 있다. 특히 고용시장 동향이 중요하다. 지난 5월에 나온 고용지표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라 양적완화 정책의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양적완화가 진행되는 것과 금리를 올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초에 양적완화가 디자인될 때 저금리 상황이 유지될 수 있다. 저금리가 오르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6.5%, 인플레이션이 2.5%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제로금리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QE3를 입안할 때부터 자산매입 규모는 변동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나온 숫자를 보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17만 5000개였고 실업률은 7.6%였다. 이런 실업률 추이를 봤을 때 양적완화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2015년 6월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QE3가 나오면서 실업률 6.5%, 물가 2.5%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실업률 추이가 되면 당초 예상한 2015년이 아닌 2014년 6월이면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질 수 있겠다는 전망이 나와있는 상태다. 그렇게 되면 양적완화는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야 되고 연말까지는 양적완화를 중단해야 한다. 내년 중반부터는 금리인상 모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지금 시장의 이런 스케쥴이 맞는 것인지 연준 의장에게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이 생각하는 스케쥴대로 하면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1년 정도나 앞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양적완화의 축소, 중단, 금리인상이라는 일련의 출구전략 일정이 바로 코앞에 와있는 것이 되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양적완화의 축소, 중단, 금리인상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정책과정은 아니다. 연준이 여러 차례 언급했듯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른 자산매입은 경제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연준이 대놓고 이 시간 이후부터는 자산매입을 줄이겠다, 어떤 순간이 되면 자산매입을 하지 않고 금리를 올린다는 식으로 말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책의 유연성이나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에게 그런 스케쥴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래야만 경제주체들의 행동과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이 6.5% 실업률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6.5%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금리도 올릴 수 있고 자산매입도 중단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고용시장 상황의 개선을 전제로 국채수익률이 먼저 오르면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고용상황이 6.5% 가까이 가서 금리를 인상해야 될 필요성이 있더라도 홀로 미국경제가 돌아가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면 금리를 올릴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시장과 정책당국자 사이에서 정상적인 상황을 놓고 게임의 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린스펀 의장이 FOMC 이후 기자회견을 하지만 과거에는 연준의장의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체가 없었다. 연준에서 이야기하는 성명서로 모든 것을 대체했고 가끔 그린스펀 의장의 경우 자신이 만든 스케쥴에 의해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두 마디씩 던지는 것이 시장에 파괴력을 줬다.
양적완화의 축소가 곧바로 금리상승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버냉키 의장이 굉장히 강조하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이던스로 제시된 6.5% 실업률은 구직자가 많아지면 오히려 달성하기 어렵고 어떤 상황에 있어 구직자가 줄어들면 쉽게 달성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표가 움직이기도 전에 금리가 오르면 모든 그림이 망가진다. 정상적인 판단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경제지표의 해석을 놓고 중앙은행과 시장이 충분히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시간 여유를 가져야만 금리가 오르기 전에 미국경제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자산매입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면 그 공백을 누군가가 찾고 새로운 매수자가 들어와 미국 국채를 사주기를 원한다. 사실 그런 매수자로 상정했던 것이 일본이다. 일본이 미국국채를 사주기를 원하는 그림이었다.
그 부분이 미국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산정한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 부분이다. 일본투자자들이 기대와 달리 자신들의 엔화를 가지고 바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최근의 통계를 보면 미국 장기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2, 3, 4월 3개월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2월에 131억 달러, 3월에 134억 달러, 4월에 373억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런 순매도 공세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월에 미국 국채를 54억 달러 팔았고 일본도 140억 달러나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경우 달러엔환율이 세 자릿수로 오르니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미국국채를 이익실현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를 팔았는데 와타나베 부인들이 자금을 회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자신들은 출구로 향하고 대신 그 공백을 일본 돈이 들어와 메꾸어주기를 바라는 구도였는데 그런 그림이 깨졌다.
이 대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그러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의 기한 등을 연장하고 대신 일본을 압박하거나 다독거려 달러엔을 다시 세 자릿수로 끌어올려 시간을 끌면서 일본자금이 자신들이 출구로 향하고 난 공백을 메꾸어주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것은 일본뿐이다. 일본자금이 미국이 빠져나간 자리, 미국 연준이 빠져나간 자리에 돈이 들어오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구도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같이 묶여 가는 구조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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