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 본다면 아이들끼리 치고 박고, 무서운 선생님이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진지하게 본다면 이 드라마는 `소름 끼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연출 이동윤·극본 김원석 김은희) 말이다.
`여왕의 교실`이 불편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그렇다. 성적제일주의를 그대로 묘사해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수목드라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
산들초교 6학년 3반 담임 마여진(고현정 분)은 우리 사회의 거대한 권력이다.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이다. 이 권력은 어떤 행동을 해도 비난할 수 없다. 3반에서는 마여진의 행동이 모두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마여진은 "우리 사회는 1퍼센트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나라다. 그들이 바라는 게 뭔지 아나. 세상이 지금처럼 이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말 중 틀린 말은 별로 없다.
그런데 여기서 반란의 조짐이 보인다. 자유를 갈구하는 심하나(김향기 분), 사회 최약자 오동구(천보근 분) 그리고 사회에 관심없는 엘리트 김서현(김새론 분)이 미약하나마 뭉쳐 `마여진이 잘못 됐다`고 외치기 시작한다. 마여진은 인간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상하다. 자신의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발벗고 나선다. 그래서 마여진 입장에서 이들은 사회 전복 세력이다. 1퍼센트를 불편하게 만드는 세력이다.
마여진은 이들에게 사회순응세력으로 돌아오라고 충고도 해봤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는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게 좋은 방법이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고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반항은 더 격렬해졌고 반 아이들에게 선동질을 해서 `쿠데타` 조짐까지 보였다.
그래서 마여진이 택한 것은 이들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이단아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상한 아이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통제를 위해 마치 북한의 `5호 담당제` 같은 시스템을 만든다. 특히 이 이단아들에게는 은보미(서신애 분) 같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약자`로 굳혀지며 `강자`를 동경하는 아이에게 힘을 실어 주고 충성맹세를 받는다.
권력 밑의 편안함을 느낀 3반 아이들은 그 달콤함에 빠져 마여진의 룰에 순응하게 된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사회전복세력 심하나 오동구 김서현은 늘 누명 고난 왕따 따위 등을 겪고 있다. 마여진이 이렇게 3반을 발전시켜줬는데 자꾸 반항을 하는 이들이 못마땅해, 근거 논리 등은 제쳐두고 마구 비난을 해대는 이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6학년 3반은 민주주의 사회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보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감은 하지만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심하나의 반란이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 보여주니 불편하다.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 계속 반항을 하는 것일까 되물을 만큼, 딱 그만큼 비겁해져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이들이 보면 안된다. 실제 어른들의 세상이 이렇게 잔인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적어도 3반 아이들 중 한명이라는 사실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결국 말미에는 마여진이 아이들을 위해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가능하긴 하다. 또 더 크게 본다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등장인물에 대한 선과 악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왜 저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사사건건 반기를 들까 의아해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응원하면서 덜 여문 민주주의를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이 초등학교라는 것은 더 무섭다. 인간이 어릴 적부터 구조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여왕의 교실`은 불편하기보다 무섭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우리 사회의 마여진들이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면 이 작품이 계속 전파를 탈 수 있을까. 그리고 드라마가 정말 현실이라면 심하나는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사진=MBC 제공)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show@wowtv.co.kr
`여왕의 교실`이 불편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그렇다. 성적제일주의를 그대로 묘사해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수목드라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
산들초교 6학년 3반 담임 마여진(고현정 분)은 우리 사회의 거대한 권력이다.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이다. 이 권력은 어떤 행동을 해도 비난할 수 없다. 3반에서는 마여진의 행동이 모두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마여진은 "우리 사회는 1퍼센트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나라다. 그들이 바라는 게 뭔지 아나. 세상이 지금처럼 이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말 중 틀린 말은 별로 없다.
그런데 여기서 반란의 조짐이 보인다. 자유를 갈구하는 심하나(김향기 분), 사회 최약자 오동구(천보근 분) 그리고 사회에 관심없는 엘리트 김서현(김새론 분)이 미약하나마 뭉쳐 `마여진이 잘못 됐다`고 외치기 시작한다. 마여진은 인간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상하다. 자신의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발벗고 나선다. 그래서 마여진 입장에서 이들은 사회 전복 세력이다. 1퍼센트를 불편하게 만드는 세력이다.
마여진은 이들에게 사회순응세력으로 돌아오라고 충고도 해봤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는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게 좋은 방법이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고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반항은 더 격렬해졌고 반 아이들에게 선동질을 해서 `쿠데타` 조짐까지 보였다.
그래서 마여진이 택한 것은 이들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이단아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상한 아이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통제를 위해 마치 북한의 `5호 담당제` 같은 시스템을 만든다. 특히 이 이단아들에게는 은보미(서신애 분) 같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약자`로 굳혀지며 `강자`를 동경하는 아이에게 힘을 실어 주고 충성맹세를 받는다.
권력 밑의 편안함을 느낀 3반 아이들은 그 달콤함에 빠져 마여진의 룰에 순응하게 된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사회전복세력 심하나 오동구 김서현은 늘 누명 고난 왕따 따위 등을 겪고 있다. 마여진이 이렇게 3반을 발전시켜줬는데 자꾸 반항을 하는 이들이 못마땅해, 근거 논리 등은 제쳐두고 마구 비난을 해대는 이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6학년 3반은 민주주의 사회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보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감은 하지만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심하나의 반란이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 보여주니 불편하다.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 계속 반항을 하는 것일까 되물을 만큼, 딱 그만큼 비겁해져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이들이 보면 안된다. 실제 어른들의 세상이 이렇게 잔인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적어도 3반 아이들 중 한명이라는 사실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결국 말미에는 마여진이 아이들을 위해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가능하긴 하다. 또 더 크게 본다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등장인물에 대한 선과 악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왜 저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사사건건 반기를 들까 의아해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응원하면서 덜 여문 민주주의를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이 초등학교라는 것은 더 무섭다. 인간이 어릴 적부터 구조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여왕의 교실`은 불편하기보다 무섭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우리 사회의 마여진들이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면 이 작품이 계속 전파를 탈 수 있을까. 그리고 드라마가 정말 현실이라면 심하나는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사진=MBC 제공)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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