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더테러' 김병우 감독이 마포대교를 폭파한 이유

입력 2013-08-08 09:27   수정 2013-08-08 11:21

지난달 31일 개봉된 영화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씨네2000 제작)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하정우 단독 주연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은 개봉 8일 만에 관객 25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도 단숨에 넘었다. 이 정도 즈음 되자 화살은 하정우에게서 서서히 김병우(33) 감독에게 돌아간다. 그야말로 괴물 신인이 탄생됐다.



김병우의 첫 상업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마감 뉴스 진행자에서 라디오 방송으로 밀려난 뉴스 앵커 윤영화(하정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윤영화는 생방송 도중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테러범의 협박 전화를 받게 되고 이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라디오 부스라는 한 공간 안에서, 하나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김병우. 다소 위험한 도전을 아주 순조롭게 풀어낸 그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다.

◆ “봉준호 감독과 경쟁? 나도 팬”

언론시사회 직후 ‘더 테러 라이브’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감상평 역시 훈훈했다. 김병우는 마지막 장면을 다 보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위해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하정우와 같이 긴 길을 걸어오면서도 영화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수 없이 이 작품을 봐온 김병우는 뚜껑이 열린 그 날 보다 오히려 하루 전,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시사회 전날 느낌이 또렷해요. 그 날 오전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작업을 마쳤어요. 극장 상영용 파일인 최종 DCP 마무리 작업이 진행됐는데 사고가 난 거에요. 신경도 예민한데다가 사운드까지 빠지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어요. 몇 시간 자지도 못했죠. 사실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지극히도 우연히 ‘더 테러 라이브’는 대작과 맞붙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다. 8월 1일 개봉 예정이었던 두 작품은 하루 앞당긴 7월 31일 공개됐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개봉일이 같은 두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는 흥행 성적으로 연결됐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와 쌍끌이 흥행을 전개하며 한국영화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참 좋은 예다.

“후반 작업 도중에 개봉 시기를 정했어요. 우연히 같은 날 개봉을 했죠. 상대적으로 우리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 봉준호 감독 팬이에요. 같이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죠. ‘설국열차’ 프로젝트가 소개됐을 때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봐왔어요. 팬으로서 매우 궁금해요. 그거 아세요? 사실 ‘더 테러 라이브’ 편집기사분이 ‘설국열차’도 편집했다는거. 자신이 편집한 작품이 같은 날 개봉된 건 처음이라고 하네요.”



◆ “하정우와 호흡 척척”

김병우와 하정우는 별다른 트러블 없이 ‘더 테러 라이브’를 만들었다. 공식석상에도 완벽한 호흡을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김병우에게 하정우는 배우이자 감독이었다. 하정우는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감독을 맡은 영화 ‘롤러코스터’를 촬영한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하정우는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됐고, 이는 자연스러운 조화로 이어졌다. 한 걸음 씩 양보하는 자세가 바로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으로 연결된 것이다.

“성격이 정말 달라요. 제가 집에서 혼자 노는 스타일이라면 하정우 씨는 골목대장이죠.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저와 일맥상통했죠. 윤영화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만큼 하정우 씨도 알아야 하니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대사나 상황들이 훨씬 더 디테일해졌죠. 연출자의 입장에 서 봐서 그런지 말을 꺼내는 모습도 남달랐어요. 정말 편하게 촬영했답니다.”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모습을 예사롭지 않다. 한강 근처를 지날 때면 다리가 폭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 이런 느낌을 가진 이력이 있다. 바로 영화 ‘괴물’에서다.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강 둔치에 가면 다리 밑을 보곤 했다. 이런 말을 꺼냈더니 김병우는 “절대 다리가 폭발할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통했다는 듯 웃어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테러라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이질적이잖아요. 어떻게 붙일까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것이 마포대교에요. 관객들은 마포대교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성수대교를 연상할겁니다. 당시의 상황과 속보, 뉴스앵커와 스튜디오를 오가는 상황들을 이미 봤었기 때문이죠. 한 장소, 한 인물이 지루하다고 생각되세요?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굳이 채택을 하지는 않았겠죠?(웃음) 영화를 이끄는 힘이 될 거라 확신했어요. 한 번 보세요. 하하.”

어라?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더욱 궁금하지 않나. 첫 번째 상업영화 도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도 익숙하다. ‘더 테러 라이브’ 흥행의 힘이다.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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