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동양사태, 아비규환의 투자자들

이근형 기자

입력 2013-10-02 17:41  

그나마 사정이 나은 듯 했던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사실상 그룹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은데 동양 사태 후폭풍 진단해 보겠습니다.
이근형 기자 나와 있습니다.
▶ 그동안 동양그룹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동양의 몰락 원인부터 짚어주시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동양그룹의 상황은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동양시멘트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해 적자를 냈다. 가장 우선적으로 수익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
10월부터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동양에는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과 같이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은 계열사의 어음을 동양증권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 것. 이렇다보니 레저나 인터내셔널, 또 동양그룹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다시 발행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동양그룹 내부의 지배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룹의 자금력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동양증권을 지배하려다 보니 순환출자고리가 복잡해졌다. 현재현 회장이 동양레저를 통해서 동양그룹, 인터내셔널, 시멘트, 파워 등을 차례로 지배하는 구조였는데, 한 곳에서 부실이 나면 다른 곳에서 돌려막는 식으로 부실을 가려왔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1조8천억원 규모였던 회사채와 기업어음 부채가 올 9월에 2조3천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결국에는 한 곳에서 부실이 터지면서 다른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부실이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 상황이 이정도까지 악화되는 동안 금융기관에다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게 아니고 도움을 청해도 소용이 없었던 것.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는 매일 산업은행을 찾아가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채권단들은 지원은 커녕 동양시멘트에 빌려줬던 자금을 올해초부터 계속 회수해왔다. 지난 6개월동안 530억원의 대출이 회수됐다.
은행들은 왜 돌아섰을까? 지난 웅진그룹과 STX까지, 끊이질 않는 대기업 부실에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요즘 금융권 실적이 좋지 않은데 대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은행들은 충당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 그동안 동양시멘트에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를 많이 확보해놨기 때문에 동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크게 손해볼 게 없었다. 올 상반기말 현재 채권단은 동양그룹에 4천600억원을 대출해주고 장부가 8천억원에 달하는 담보를 설정했다.
그렇다 해도 부실이 수조원에 달하는 STX와는 자율협약까지 맺어놓고 수천억원 수준으로 부실이 적은 동양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은 다소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을 자처해놓고 막상 위기에 몰린 동양에게는 등을 돌리면서, 동양그룹의 부실을 더 키운 꼴이 됐다.

▶ 동양그룹과 레저, 인터내셔널, 3개 계열사에 이어 동양시멘트와 네트웍스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는데, 시멘트는 비교적 재무상태가 양호했다고요?
시멘트의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 6월까지 190%로 다른 계열사보다는 양호했다. 동양그룹과 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700%를 웃돈다.
또 시멘트는 매출액기준으로도 업계 3위여서 회생가능성도 꽤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는데, 이렇다보니 투자자들과 채권은행 모두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시멘트와 네트웍스 까지 합해서 총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피해를 보게 된 개인투자자가 4만6천명이 넘고 투자한 금액만 1조4천억원이나 된다.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동양그룹 측에서는 “투자자보호가 최우선이다. 보유자산을 신속하게 매각하려면 채권단 자율협약 보다는 법정관리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현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였다거나 채권은행들의 경영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시각도 있다.

▶ 현 회장이 기업 경영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채권단을 피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얘기로군요. 이러나 저러나 투자자들은 피해가 크겠어요.
이번에 피해를 본 채권투자액 대부분이 회사채 아니면 기업어음이었다. 그룹과 레저, 인터내셔널 세 개 회사 투자액이 총 1조 3천억원인데 이중 1조 2천억원을 개인이 투자했다. 그동안 동양그룹이 계열사 부실을 알면서도 동양증권을 통해서 팔아 온 금액의 규모다. 투자자수로 따지면 레저와 인터내셔널이 1만3천명, 동양그룹은 2만8천명이다. 거기에 뒤늦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시멘트의 투자자가 5천명이다. 투자자 4만6천명 중에 자그마치 99%가 개인이다.


▶ 어쩌다 개인들만 이렇게 투자를 하게 된 겁니까?
동양그룹이 휘청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몇 달전부터 동양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다.
기관투자자들이 동양에 투자를 꺼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어음과 회사채는 고금리로 거래가 된다.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개인투자자들이 동양 계열사 기업어음으로 몰려든 것.

▶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동양계열사들은 괜찮은 겁니까?


금융계열사들은 일단 안전하다는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증권과 자산운용, 생명에 대해 특별점검을 했고 지금도 계속 감시중에 있다.

이들 금융계열사에 투자된 고객자산도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위탁한 주식이나 채권, 또 고객 예탁금까지 모두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에 별도로 보관돼 있고, 자산운용 역시 마찬가지다.
또 동양생명보험의 경우 동양그룹 소속이 아니다.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대주주라서 동양그룹의 위험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없다.

▶ 법정관리를 신청 이후 앞으로 진행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법원이 맡아서 관리를 하게 되면서 일단 모든 채권채무 행사는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6개월안에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무조정 과정이 진행이 될텐데, 일부 자회사는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도 보상을 받게 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DIP, 그러니까 기존관리인유지제도라고 해서 기업회생 과정에 기존 CEO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에 따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불완전판매신고센터를 이용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이랄지 투자 위험성 등을 안내받지 못하고 금융상품을 구매했다면 불완전판매에 속한다. 금감원에서는 앞으로 두달동안 신고센터를 설치해서 운영할 계획인데 방문을 하거나 등기, 팩스, 전화, 인터넷 접수가 모두 가능하다. 전화는 국번없이 1332번으로 하면 된다. 분쟁조정 결과 불완전판매로 판명이 되면 증권사는 그 피해를 보상을 해줘야한다.
실제 추석전날까지도 동양증권이 상품판매를 권하더라면서, 울분을 토하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신고센터에는 하루 1천건씩 투자피해자들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막상 분쟁조정 대상에 속하는 투자자는 얼마 되지 않을 전망이다.

▶ 금감원에 신고한 결과 불완전판매가 아닌 것으로 결정된다면, 결국 법원의 실사과정을 통해 보상을 받게 될텐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실사결과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최근 법정관리 사례를 보면 웅진홀딩스 회사채는 50%, 극동건설은 10%정도를 돌려받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이번 동양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경우 액면가의 20~30%정도를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자회사 매각을 통해 회사채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도 일부 있는 것 같은데, 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제대로 못해서 지금같은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투자자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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