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MBC 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최우수상을 신동, 김신영이 함께 수상하면서, 이 두 사람은 젊은 피를 가진 라디오 스타로의 자리 매김을 확실히 한 것 같다.
현재 MBC 라디오의 밤 12시(심심타파)와 낮 12시(정오의 희망곡)의 DJ를 책임지는 두 사람은 2008년부터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에서 2년간 호흡을 맞추며 라디오 DJ의 첫 걸음을 시작했었고, 난 그해 가을부터 1년 반 동안 심심타파의 연출을 하면서 이미 라디오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단독으로도 훌륭한 DJ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진행을 하는 신동의 통찰력과 단어 하나 호흡 하나로 청취자를 빵 터지게 하는 김신영의 애드리브는 더블 DJ로 최상의 콤비를 이뤘다. 청취자들은 호흡이 좋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한명의 DJ처럼 `김신동`이라고 불러 주곤 했다.
요즘 신기한건 대학생들을 만나면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를 듣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때 신청해서 받은 치킨과 피자가 생각난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아마 `응답하라 2008` 정도가 나오면, `이문세의 별밤` 대신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가 나오지 않을까?
인기 아이돌들이 출연하고, 삼태기 메들리(행운을 드립니다, 여러분께 드립니다~)를 브금으로 깔면서 간식을 주고, "끊지마"를 외치면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젊은 시절에 자리 잡는 추억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 건, 피디로서도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시절 K-POP 아이돌 고정게스트로 `사연이 산다 시즌2`의 2AM, `대결 빛나는 대리서비스`의 샤이니, `사연이 산다 시즌3`의 카라(구하라, 강지영), 경솔한 만남의 원빵삼(유빈, 선미, 소희) 등이 지금과 다르게 풋풋한 방송을 했었다. 매주 보는 고정게스트 이외에도 지금 정상의 아이돌이 된 멋진 스타들이 자주 들렸었다.
이때만 해도 한류나 K-POP의 느낌이 그리 강하지 않았는데, 슈퍼주니어는 지금 최정상급 K-POP스타가 되었고, 심심타파에 출연했던 풋풋했던 아이돌들도 모두 K-POP을 이끌고 있다. 이 때 함께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때마다 멋진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음에 뭔가 모를 뿌듯함이 있다. 현재의 심심타파가 K-POP 라디오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다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 시절부터 신동과 김신영의 최고의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초대 손님들을 모두 무장해제 시키는 타고난 재능이었다. 라디오는 보통 TV와는 다르게 편집 없이 생방송으로 2시간 정도 이루어지는 게 특징인데, 리허설 없이 짧은 시간에 게스트들에게 솔직 담백한 얘기를 듣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두 사람 앞에서는 신인도 대선배도 얘기하지 말아도 될 진심까지 모두 말하고 가게 된다. 평소의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엄청난 인터뷰 스킬을 타고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둘 다 능력이 아닌가?
청취자들과 함께 노는 것도 참 재미있었는데, 매일 코너 중에 `리얼 미션 안부 전화쇼 끊지 마~`라는 코너가 있었다. `일주일 후에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려고해요`라는 문자를 묵혀놨다가 나중에 새벽에 갑자기 전화해서 고백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예전 문자의 안부를 물어보는 코너였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이 편의점에 자주 오는 닭꼬치집 여자가 좋다는 문자를 보냈고, 김신동 DJ는 곧바로 전화를 해서 `당장 편의점 셔터를 내리고 닭꼬치집으로 가서 고백을 해라!` 라고 시켰다. 편의점 남학생은 전화를 들고 꼬치집 여자에게 고백을 했다. 그런데 그 고백을 알아듣지 못한 꼬치집 여자는 중국인인 게 밝혀졌고, 안타깝고도 용기 있는 고백을 하게 된 웃지 못 할 편의점 청년의 사연이 실시간으로 탄생했다. 짜이지 않은 즉흥적인 진행이 돋보였던 날이었다.
여기서 말할 순 없지만, 신동, 김신영은 온에어가 꺼진 상태에서 하는 `19금 토크`로 항상 스태프들을 즐겁게 해줬는데, 시간이 지나고 `싱글벙글쇼`나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두 DJ와 함께 이런 방송 제대로 해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처음에 새벽의 시끄러운 라디오라는 편견에 맞서서, 하루하루 진심을 보여줬던 두 DJ가 어느 날 심심타파를 `밤!` 최고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주었다.
지금까지 신동, 김신영 두 DJ는 다른 어떤 능력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청취자와 함께하기에 멋진 라디오 DJ로 살아가는 것 같다. 올해 받은 눈물의 최우수상은 진심으로 청취자와 오랫동안 소통하겠다는 뜻이 아닐지... 이 두 사람이 전설적인 DJ 배철수, 이문세처럼 골든마우스(20년 동안 MBC 라디오를 진행한 디제이에게 주어지는 상)를 꼭 수상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 동안 심심타파를 3년 반 동안 함께하면서, 이 두 사람과의 추억 돋음이 날 짠하게 만드는 해이다.
오늘의 선곡은 So Cold / 김신영(feat. 신동)
글 / 손한서 (MBC 라디오 PD), Twitter ID: @SohnPD
정리 /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show@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