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정보유출 대란'‥금융당국이 화 키웠다

이준호 부장

입력 2014-01-16 16:47  

<앵커>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재탕식 대책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금융당국이 오히려 정보유출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홍헌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광화문 인근의 KB국민카드.

1억여건에 달하는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사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최근 정보유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감독당국 수장이 갑작스럽게 방문해 엄포를 놨습니다.

<인터뷰>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앞으로도 금융관련 중요한 현안과 특히, 많은 소비자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경영진에게 소비자보호와 개인정보 중요성을 일깨워갈 예정이다"

사흘 전, 모든 금융권 최고 정보보호 책임자 90여명을 소집했을 때도 금융감독원은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보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금감원의 대책은 과연 어땠을 까.

이번 카드사 유출사건에 대한 대책은 해당 금융사에 대한 제재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지난 2011년 농협의 전산사고 때 내놓았던 대책과 비교하면 몇가지 단어만 바뀌었을 뿐 거의 똑같습니다.

재탕식 대책이 매번 반복되다 보니 정보유출 사건도 끊이지 않고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3년 전 현대캐피탈과 삼성카드, 하나SK카드에서 발생한 정보유출은 모두 261만건.

당시 금융당국은 해당 회사의 CEO를 포함해 엄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모두 `기관경고`나 `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습니다.

강력한 조치를 내리기는 커녕 형식적이고 실효성 없는 제재에 그치면서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금융당국이 정보유출을 심각한 사태로 인식해 강한 조치를 해야하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금융사들이 안일하게 시간만 지나면 해결된다고 판단한다."

사상 초유의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연일 으름장 놓기에 바쁜 금융당국.

빠져나간 자신의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활용될 지 모르는 고객들의 불안감만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홈헌표입니다.

<앵커>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도 부실하고 제재도 가벼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준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정보유출 사건,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기자>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 대란으로 꼽히는 이번 사건은 카드사 3곳에서 무려 1억건에 달하는 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씨티은행과 SC은행 등에서 13만건의 정보가 빠져나가는 사고가 있었는 데요,

검찰이 외국계 은행 사건을 조사하다가 이번 카드사 3곳의 무더기 정보유출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에서 수십만 건의 정보가 유출된 점이 또 다시 포착됐습니다.

사실상 모든 금융권에서 개인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앵커>

상황이 정말 심각한 데, 금융당국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고 제재도 가벼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구요?

<기자>

물론 정보 보안을 소흘히 하고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은 금융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 감독 등을 해야하는 금융당국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1년에 발생한 정보유출 사건 때 금융당국은 곧바로 대책을 내놓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에 내놓은 대책을 보면 3년 전 내용과 거의 똑같은 재탕 수준에 그쳤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금융당국이 3년 전 USB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 데, 이번에 카드사 3곳에서 발생한 유출 사건이 바로 USB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형식적으로 내리는 금융당국의 솜방망이식 제재도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수백만건을 유출한 회사나 수만건을 유출한 곳이나 모두 가벼운 선에서 제재가 마무리되면서 금융당국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금융당국은 CEO에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연일 전달하고 있지만 결론이 어떻게 날 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현재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나서 컨트롤 하고 있고 특별 검사반까지 꾸려 정보유출에 책임이 있는 금융사를 검사하고 있는 상황이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데, 금융당국의 행보가 `보여주기 식`에 치중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구요?

<기자>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3일, 바로 이번주 월요일이었습니다.

금융사 보안담당 최고 책임자 90여명을 한 자리에 소집했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주요 금융회사 CEO가 모두 호출했습니다.

오늘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국민카드 본사를 현장 방문해 또 다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감독당국 수장이 특별검사가 진행중인 금융회사를 찾아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어제 저녁,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적극적인 취재를 요청할 정도로 긴박하게 이뤄졌습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오늘 KB국민카드 본사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고 적지 않은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특히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감독당국의 입장을 묻기도 했는 데, 최수현 원장은 특별한 언급 없이 발길을 돌려 빈축을 샀습니다.

현재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 KCB 등 정보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4곳에 대한 특별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요,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했는 데도 특별검사 기간은 겨우 2주, 그것도 한 회사에 3~4명 정도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가 한 달 정도 이뤄지는 것에 비해서는 기간도 매우 짧고 인력도 부족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보유출 사태로 인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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