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신흥국 대규모 자금유출 지속되나
<앵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신흥국의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터키와 남아공 등 취약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자금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정대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는 모두 122억달러, 우리돈 13조1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지난달초 13억달러이던 자금유출 규모는 셋째주 들어 24억달러로 늘었고, 29일까지 63억달러가 빠져나가 자금이탈 속도가 가팔라졌습니다.
주간 기준으로 신흥국 주식펀드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고, 신흥국 채권펀드도 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전화 인터뷰>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최소한 한 달 정도 신흥국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최근 2주 전부터 주가와 환율이 약세를 보엿는데 가장 큰 이유는 FOMC에 대해서 시장이 예상한 부분도 있지만 신흥국 전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이퍼링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는 등 각국이 신흥국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 역시 중남미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국가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 펀더멘털을 개선할 수 있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신흥국의 단기외채와 올해 경상수지 적자 예상금액을 더한 것을 외환보유고와 비교했을 때 외환보유고보다도 필요한 자금이 더 높은 국가들은 터키,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이 꼽힙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와 체코, 말레이시아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로 분류돼 있으며, FOMC 발표 직후 우리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취약한 경제여건,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태국의 반정부 시위 등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분간 신흥국의 자금유출로 인한 시장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리포트] "경상흑자 기조 변화시 한국도 위험"
<앵커> 전문가들은 이번 신흥국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한국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중국의 성장 둔화, 아베노믹스 실패 등을 감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아르헨티나로부터 파급된 신흥국 위기는 이미 전이가 시작됐고 장기화될 수 있다“
아시아금융학회·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그나마 위험도가 덜하지만 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위기를 겪는 신흥국들은 외환 보유에 비해 외채가 많고 경상수지는 적자인 경우”라며 “우리의 경우 경상수지가 흑자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 역시 신흥국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국은 유일한 버팀목이 이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이것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안되고 떨어지면 위험존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위기 확산과 관련해 저성장 추세인 중국 경제의 추가 악화 여부가 선진국으로의 전이 여부를 결정짓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7%대 성장률만 유지해 주면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을 확충하며 경제가 다소나마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엔화가치의 변화 또한 중국 경제 못지 않은 변수로 꼽힙니다.
<인터뷰>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실장
"신흥국 불안 장기화 속에 엔고현상 나타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반기겠지만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엔저 통한 경기 회복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일본 경기까지 다시 침체되면 상당히 큰 파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수 등을 감안할 때 경상수지와 원·엔 환율 적정수준 유지,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보 등 세부 대책 마련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앵커> 지금 요주의 신흥국으로 지목되는 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설연후 직후 첫 개장일 코스피는 20포인트 이상 빠졌고 원달러환율은 하룻만에 14원 이상 급등하며 단숨에 달러당 1,084원을 수직돌파했다.
신선미 기자, 도대체 지난 설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기자> 2가지 이슈가 발표됐습니다.
미국은 자산매입 규모를 월 7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은 악화된 제조업 지표가 발표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불거졌는데요.
이 이슈들이 오늘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1원 오른 1084.5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감기준으로 지난해 6월 20일, 14.9원 상승한 이후 7달 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미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습니다.
코스피도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중국의 지표부진 소식까지 겹치며 하락률이 1%를 넘어서며 1919.96을 기록했습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22억원, 2174억원어치를 사들였으나 외국인이 4187억원어치를 내놓으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앵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불안도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번 짚어달라.
<기자>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외환위기 조짐 속에 지난달 신흥시장 주식에서 빠져나간 돈이 122억달러, 우리돈으로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억달러가 지난 한 주 동안에 유출돼 201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신흥국 통화의 ‘팔자’ 열풍이 계속되면서 통화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지난 30일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연초 기준으로 13.9% 하락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도 7% 떨어졌습니다.
터키 뉴리라화와 러시아 루블화도 각각 5.1%, 6.4%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통화가치 추락과 외국인 자본의 탈출로 ‘위험’ 단계에 이른 신흥시장 경제를 또다시 압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신흥국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나 입장은 무엇인가?
<기자> 정부는 주가나 환율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아직까지는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환율이 크게 오른 것도 그동안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하락압력이 너무 컸었기 때문이라며,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지금 불안한 신흥국들은 원래 문제가 있었던 국가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할 수준이 아니고 앞으로도 대책을 내야할 수준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본다며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점검하고 위기가 다가올 것 같으면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도 지금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은행은 오늘 오전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신흥국 시장의 움직임을 점검했는데요.
아직은 시장 불안이 동유럽 등 신흥국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는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비교적 낮은 단기 외채 비중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현재로선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실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말 3천465억달러로 늘면서 사상 최고인데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도 707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총외채는 지난해 1년간 4천94억달러에서 4천110억달러로 다소 늘었지만 단기외채 비중은 31.1%에서 27.1%로 줄면서 외채 구조의 건전성은 개선됐습니다.
<앵커> 사실 터키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은 미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통화가치 하락 방어에 나선 것인데, 효과가 있나?
<기자> 위기에 직면한 신흥시장국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진단입니다.
취약한 5개국으로 불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터키, 브라질,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요.
시장에서는 “효과가 한 달 이상 가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입니다.
경상수지를 단시간내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단기채무와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장기채무의 만기연장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을 더 보자면,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던 만큼, 금융시장 혼란에 적응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즉 자금이 유출되고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신흥국들은 내재된 약점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 연준은 테이퍼링을 시행할 것이라고 시장에 시사했고, 그 후 7개월 뒤인 12월에 1차 테이퍼링을 결정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 테이퍼링이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미 연준은 2차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세계가 아닌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따라서 신흥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환율급등과 같은 금융불안이 재발해도 미국은 자국에 영향이 없는 한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이처럼 국제적인 공조가 약화된 상황인만큼, 신흥국의 단독 금리 인상 경쟁은 위험하다는 분석입니다.
독자적 금리인상은 신흥국 가계와 기업의 연쇄 부실을 촉발할테고, 그 이후에는 은행 부실과 외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져 결국 실물과 금융에서 쌍둥이 위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앵커> 가시화되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의 대응방향은?
<기자> 우리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대되면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가장 큰 변수는 중국경제입니다.
미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성장 위축, 신흥국 신용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어떤 신흥국 경제도 안전하기 어렵단 평가입니다.
올해 중국경제가 7%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중국 경제가 급락할 경우 이번 신흥국 위기가 선진국으로 급속히 전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 수출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26.1%에 달해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이 위축됩니다.
여기에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급격이 낮아지면서 신흥국 전반으로의 수출까지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경제는 주가나 환율과 같은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휘청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고, 최소 3~4년 지속될 글로벌 유동성 수축기에 대응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금융 외교강화를 통해 원엔 환율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고, 미국의 원화절상압력에 대응해야합니다.
또 이상징후 발견시 즉각 대응 할 수 있도록 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정책강화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국제 공초제계가 약화된 만큼 우리도 중국 등 신흥국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내수를 키워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앵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신흥국의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터키와 남아공 등 취약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자금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정대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는 모두 122억달러, 우리돈 13조1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지난달초 13억달러이던 자금유출 규모는 셋째주 들어 24억달러로 늘었고, 29일까지 63억달러가 빠져나가 자금이탈 속도가 가팔라졌습니다.
주간 기준으로 신흥국 주식펀드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고, 신흥국 채권펀드도 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전화 인터뷰>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최소한 한 달 정도 신흥국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최근 2주 전부터 주가와 환율이 약세를 보엿는데 가장 큰 이유는 FOMC에 대해서 시장이 예상한 부분도 있지만 신흥국 전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이퍼링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는 등 각국이 신흥국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 역시 중남미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국가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 펀더멘털을 개선할 수 있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신흥국의 단기외채와 올해 경상수지 적자 예상금액을 더한 것을 외환보유고와 비교했을 때 외환보유고보다도 필요한 자금이 더 높은 국가들은 터키,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이 꼽힙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와 체코, 말레이시아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로 분류돼 있으며, FOMC 발표 직후 우리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취약한 경제여건,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태국의 반정부 시위 등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분간 신흥국의 자금유출로 인한 시장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리포트] "경상흑자 기조 변화시 한국도 위험"
<앵커> 전문가들은 이번 신흥국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한국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중국의 성장 둔화, 아베노믹스 실패 등을 감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아르헨티나로부터 파급된 신흥국 위기는 이미 전이가 시작됐고 장기화될 수 있다“
아시아금융학회·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그나마 위험도가 덜하지만 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위기를 겪는 신흥국들은 외환 보유에 비해 외채가 많고 경상수지는 적자인 경우”라며 “우리의 경우 경상수지가 흑자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 역시 신흥국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국은 유일한 버팀목이 이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이것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안되고 떨어지면 위험존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위기 확산과 관련해 저성장 추세인 중국 경제의 추가 악화 여부가 선진국으로의 전이 여부를 결정짓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7%대 성장률만 유지해 주면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을 확충하며 경제가 다소나마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엔화가치의 변화 또한 중국 경제 못지 않은 변수로 꼽힙니다.
<인터뷰>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실장
"신흥국 불안 장기화 속에 엔고현상 나타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반기겠지만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엔저 통한 경기 회복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일본 경기까지 다시 침체되면 상당히 큰 파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수 등을 감안할 때 경상수지와 원·엔 환율 적정수준 유지,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보 등 세부 대책 마련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앵커> 지금 요주의 신흥국으로 지목되는 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설연후 직후 첫 개장일 코스피는 20포인트 이상 빠졌고 원달러환율은 하룻만에 14원 이상 급등하며 단숨에 달러당 1,084원을 수직돌파했다.
신선미 기자, 도대체 지난 설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기자> 2가지 이슈가 발표됐습니다.
미국은 자산매입 규모를 월 7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은 악화된 제조업 지표가 발표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불거졌는데요.
이 이슈들이 오늘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1원 오른 1084.5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감기준으로 지난해 6월 20일, 14.9원 상승한 이후 7달 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미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습니다.
코스피도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중국의 지표부진 소식까지 겹치며 하락률이 1%를 넘어서며 1919.96을 기록했습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22억원, 2174억원어치를 사들였으나 외국인이 4187억원어치를 내놓으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앵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불안도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번 짚어달라.
<기자>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외환위기 조짐 속에 지난달 신흥시장 주식에서 빠져나간 돈이 122억달러, 우리돈으로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억달러가 지난 한 주 동안에 유출돼 201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신흥국 통화의 ‘팔자’ 열풍이 계속되면서 통화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지난 30일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연초 기준으로 13.9% 하락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도 7% 떨어졌습니다.
터키 뉴리라화와 러시아 루블화도 각각 5.1%, 6.4%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통화가치 추락과 외국인 자본의 탈출로 ‘위험’ 단계에 이른 신흥시장 경제를 또다시 압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신흥국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나 입장은 무엇인가?
<기자> 정부는 주가나 환율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아직까지는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환율이 크게 오른 것도 그동안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하락압력이 너무 컸었기 때문이라며,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지금 불안한 신흥국들은 원래 문제가 있었던 국가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할 수준이 아니고 앞으로도 대책을 내야할 수준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본다며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점검하고 위기가 다가올 것 같으면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도 지금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은행은 오늘 오전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신흥국 시장의 움직임을 점검했는데요.
아직은 시장 불안이 동유럽 등 신흥국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는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비교적 낮은 단기 외채 비중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현재로선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실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말 3천465억달러로 늘면서 사상 최고인데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도 707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총외채는 지난해 1년간 4천94억달러에서 4천110억달러로 다소 늘었지만 단기외채 비중은 31.1%에서 27.1%로 줄면서 외채 구조의 건전성은 개선됐습니다.
<앵커> 사실 터키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은 미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통화가치 하락 방어에 나선 것인데, 효과가 있나?
<기자> 위기에 직면한 신흥시장국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진단입니다.
취약한 5개국으로 불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터키, 브라질,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요.
시장에서는 “효과가 한 달 이상 가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입니다.
경상수지를 단시간내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단기채무와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장기채무의 만기연장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을 더 보자면,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던 만큼, 금융시장 혼란에 적응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즉 자금이 유출되고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신흥국들은 내재된 약점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 연준은 테이퍼링을 시행할 것이라고 시장에 시사했고, 그 후 7개월 뒤인 12월에 1차 테이퍼링을 결정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 테이퍼링이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미 연준은 2차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세계가 아닌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따라서 신흥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환율급등과 같은 금융불안이 재발해도 미국은 자국에 영향이 없는 한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이처럼 국제적인 공조가 약화된 상황인만큼, 신흥국의 단독 금리 인상 경쟁은 위험하다는 분석입니다.
독자적 금리인상은 신흥국 가계와 기업의 연쇄 부실을 촉발할테고, 그 이후에는 은행 부실과 외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져 결국 실물과 금융에서 쌍둥이 위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앵커> 가시화되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의 대응방향은?
<기자> 우리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대되면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가장 큰 변수는 중국경제입니다.
미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성장 위축, 신흥국 신용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어떤 신흥국 경제도 안전하기 어렵단 평가입니다.
올해 중국경제가 7%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중국 경제가 급락할 경우 이번 신흥국 위기가 선진국으로 급속히 전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 수출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26.1%에 달해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이 위축됩니다.
여기에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급격이 낮아지면서 신흥국 전반으로의 수출까지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경제는 주가나 환율과 같은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휘청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고, 최소 3~4년 지속될 글로벌 유동성 수축기에 대응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금융 외교강화를 통해 원엔 환율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고, 미국의 원화절상압력에 대응해야합니다.
또 이상징후 발견시 즉각 대응 할 수 있도록 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정책강화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국제 공초제계가 약화된 만큼 우리도 중국 등 신흥국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내수를 키워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