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이 밝힌 신흥국 차별화 원인..."적절한 금융규제 필요"

최진욱 기자

입력 2014-0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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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해외고문이자 국제금융과 통화체계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을 가진 신흥국이 지난해 여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언급으로 더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신흥국이 테이퍼링에 따른 충격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를 실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4일 아이켄그린 교수는 세계은행(World Bank) 푸남 굽타(Poonam Gupta) 연구원과 공동으로 작성한 `테이퍼링 토크:미 Fed의 자산매입 축소 기대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충격` 연구보고서에서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4개국과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모두 7개 신흥국의 환율과 외환보유액, 주가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에 내렸다고 밝혔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 기간 동안 급격한 통화약세와 외환보유액 감소, 주식시장 하락을 경험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단행하기 이전부터 통화절상(환율하락)폭이 크고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국가들이 거시적 정책 수단과 탁월한 경제적 성과를 보이는 등 우수한 경제적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자체로는 뛰어난 위험방지책이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7개 신흥국 사이에서 충격을 차별화시킨 요소로 금융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꼽았다. 즉,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쉽게 재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충격이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외부의 금융충격에 취약한 국가에게 발달된 금융시장은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7개 신흥국이 테이퍼링의 충격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에 나섰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해외자본의 유입에 대응해 실질 통화 강세와 경상수지 적자를 제한하기 위한 금융시스템 보호 규제의 실행여부라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테이퍼링으로 인한 외부 압력이 높아졌을때 어떤 국가가 더 취약한지 여부를 가려내는 포인트도 바로 규제의 실행능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은행의 단기외채를 축소하기 위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3차례에 걸쳐 강화했고, 2011년부터는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실시했으며 은행의 외환부채 만기구조를 건전화하고 외국인의 자금회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를 2011년 8월부터 도입하는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시행하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해외고문으로도 활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과 대응방안 등을 조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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