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에 따른 최대 피해국은 ‘신흥국’보다 ‘일본’이다

입력 2014-02-10 09:30   수정 2014-02-17 07:36

첫 단추인 테이퍼링을 시발점으로 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고 일본 주가가 폭락했다. 벌써부터 아베 정부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출구전략의 악몽’이 재현되면서 아베노믹스가 저주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자체도 출범 초부터 많은 결점을 갖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5대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지난해 12월 2차 아베노믹스 추진방침을 밝힌 이후 엔?달러 환율이 105엔에 도달하자 일본이 당면한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는 자구책으로 인식해 엔저를 묵인하는 국가들까지 환율전쟁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우려해 왔던 `국수주의 함정(ultra-nationalism trap)이 가시화되는 조짐이다.


`J-커브 함정(J-curve trap)`은 현실화되고 있다. 엔저가 진행된 지 1년 이상 경과됐지만 지난해 무역적자가 5조엔을 넘어섰다.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과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일본 무역구조의 전제인 `마샬-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켜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출증대보다 내수확대가 더 중요하다. 일본경제는 인구구조 고령화 등으로 내수가 쉽게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엔저를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내수 기반이 붕괴될 조짐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추진했던 엔저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는 `부메랑 함정(boomerang trap)`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이 `자금이탈 함정(exodos trap)`이다. 빠른 시일 안에 일본 경기회복과 같은 추가 투자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에 따라 외국자금이 어느 날 갑자기 이탈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 이론상 제로(0) 금리에다 엔저까지 가세됨에 따라 포지티브 엔캐리 트레이드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일본 주가 폭락으로 가장 속이 타는 곳은 아베 정부다. 아베노믹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기대마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함정(zombie trap)`에 쉽게 빠져든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아베 정부는 7월 선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주가 폭락과 함께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문제다. 아베노믹스가 이런 5대 함정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채금리가 안정돼야 한다. 이미 국가채무가 소득(GDP)대비 250%로 세계 최고수준인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와 국가채무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경기면에서도 ‘구축 효과’가 발생해 디플레이션 타개가 더 어렵게 된다.


특히 테이퍼링 추진 이후 엔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서자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를 내내 괴롭혔던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대한 우려가 재현되고 있다. UC 버클리대의 베리 아케켄그리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안전통화 저주란 테이퍼링 추진 이후 안전통화로 부각된 엔화가 강세가 돼 아베노믹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일본경제가 새로운 형태의 ‘5대 함정’과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동시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보다 ‘제2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플라자 합의란 1990년대 중반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8엔까지 떨어지자 일본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선진국 7개국 간에 맺은 ‘달러 강세-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최근 들어 글로벌 환율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미국도 자국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 이후 자체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1995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까지 오를 만큼 제2의 역플라자 체제가 태동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갈수록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로 바뀌는 상황에서 테이퍼링 추진 이후 엔화 강세로 안전통화 저주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경제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