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대표님’, ‘실장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 호칭은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바로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의 또 다른 호칭들이다. “제 직업은 이것입니다”라고 말하기 힘들만큼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많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중에게는 한효주 소지섭 등 톱스타들의 비주얼 디렉터로 가장 많이 알려진 박만현은 매거진 패션 에디터 출신이기도 하다. 글쓰기 능력까지 겸비한 이 시대의 멀티플레이어 박만현은 패션계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다. 그런 그를 직접 만나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보시다시피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우선 이병헌, 한효주, 심은경 씨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고요. 브랜드 광고를 기획해주는 아트 디렉터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으로 진출한 브랜드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도 하고 있죠. 또 홍보대행사를 함께 해 브랜드 홍보를 대행해주면서, 모델과 배우들의 에이전시 역할도 하고 있어요. VVIP들의 퍼스널 쇼퍼를 하기도 해요. 백화점 브랜드와 VIP 클래스를 열기도 한답니다. 방송도 하고요”라고 말한다. 이 남자, 몸이 100개라도 모자라겠다.
▲ 사형제 중 막내, `상남자`가 스타일리스트 된 이유
그를 만나러 가기 전, 기자는 여리여리한 몸매에 여성스러운 말투를 가진 전형적인 `패션계 남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를 본 순간, 기자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다. 큰 키, 커다란 덩치에 탄탄한 어깨, `상남자`인 기자의 이상형과 흡사했다.
덩치가 큰 이런 사람이 디테일한 작업을 한다니 놀랍다. “저는 사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남자들만 세 명이나 있다 보니 부모님이 저를 임신하셨을 때 딸이길 바라셨대요. 딸을 갈망하셔서 그런지 어릴적 사진을 보면 상당히 강한 컬러의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있더라고요. 핑크색 샌들 같은 게 남자애들한테는 잘 안 신기는 아이템이잖아요.”
이어 그는 “이렇게 컬러에 대한 부담감을 어릴 적부터 갖지 않아서 그런지 컬러를 보는 눈이 일찌감치 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옷을 사러 가면 조언을 해 주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게 다 이쪽에서 일하라는 뜻이었나봐요.”
▲ 오빠에서 아빠, 아빠에서 엄마(?) 된 스타일리스트
"오빠는 처음에는 오빠같다가 아빠 같아지더니, 이제 엄마 같아지려고 해."
배우 한효주가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상 배우들과 친분을 유지하게 된다. 대중이 가장 부러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에게 연예인과의 친분에 대해 물었다. “제가 맡고 있는 연예인은 현재 이병헌 씨, 한효주 씨, 심은경 씨예요. 그 중에서 한효주 씨랑은 특히 허물없이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연예인과 일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흥미롭고 궁금하다. 재미있는 일화는 없을까? "한효주 씨와 외국에 시상식을 함께 간 적이 있어요. 그날 효주 씨의 의상도 메이크업도 너무나 완벽했고, 정말 너무나 예뻤죠. 그래서 그런지 그날 많은 외국 배우들이 효주씨 곁으로 모이는데, 저는 남자니까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추파를 던지는구나~` 싶었어요. 오빠 같은 마음으로 추파를 던지는 배우가 다가오면 괜히 효주 씨한테 말을 더 시키고 그랬죠.(웃음)"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일은 화려하지만 힘든 일도 많다. 그래도 보람도 있단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서로 배우의 색깔에 맞춰주고, 제일 예쁜 모습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다 보니 `드레스 전쟁`이 일어날 때가 있어요. 예쁜 옷들은 누구든지 먼저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시상식 시즌이면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죠. 그런데 저희가 ‘노’한 제품을 다른 연예인이 입고 나와 `워스트`에 뽑힐 때면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해요.”
이러한 드레스 전쟁 때문일까.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연예인과 나이나 이미지가 겹치는 연예인의 섭외가 오면 정중히 거절한다고 한다. 아무리 대단한 톱스타여도 여러 명을 맡을 수가 없는 이유다. 그는 스타일리스트야말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 기자님, 눈물 많으시죠? 어떻게 아셨는지...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은 배우에게 가장 예뻐 보이는 모습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은 여기를 이렇게만 고치면 더 예쁠텐데...”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물었다. “저...어떤가요?”
박만현은 주저 없이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사람의 예쁜 곳을 찾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사람을 정말 잘 보는 편이에요. 딱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것이 느껴져요. 기자님은, 음...눈물 많으시죠?”라며 부연 설명을 한다.
기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같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러 온 건지, 박수무당을 만나러 온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박만현은 "단번에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면서도 스타일 변신에 대해선 "스타일 제안은 한 사람을 오랫동안 관심 갖고 쳐다봐야 비로소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스타일이란 거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하는 일이 많은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에게 미래의 모습을 물어봤다. "제 이름을 걸고 액세서리와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배우나 홍보라인의 툴 등이 저에게는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유니섹스 주얼리, 액세서리로 또 다른 저의 능력을 발현하려고요. 지켜봐 주세요."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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