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대규모 자구안을 발표한 일부 유동성 부족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합니다.
감독당국과 채권단은 STX,동양그룹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대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자산매각이 원활치 않다면서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팀 최진욱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최 기자, 이들 대기업이 언제 자구책을 발표했죠?
<기자>
동부그룹은 오는 2017년까지 부채규모를 3조4천억원 감축하겠다는 자구안을 지난해 11월 27일 가장 먼저 발표했습니다.
한진그룹은 8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12월20일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내놨고, 현대그룹도 자산을 팔아 총 3조3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같은달 23일에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1분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데 이들 자구안이 좀처럼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광범위한 자구책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그룹별로 가시화된 자구안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위해 원매자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고, 한진그룹은 자구안의 핵심인 S-오일 지분을 1대 주주인 아람코에 매각하는 방안을, 현대그룹은 상선의 LNG사업부를 상반기 중에 매각 하기 위해 사모펀드인 IMM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자구안 실행이 왜 이렇게 더딘지, 채권단의 입장은 무엇인지 김정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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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채권단·대기업 구조조정 힘겨루기
채권단이 현대, 동부, 한진그룹에 대한 계열 매각, 부실 해소 등이 미흡하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 주채무계열 선정이 임박한 만큼 이들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입니다.
현대와 동부, 한진그룹은 각각 자구안을 내놓으며 매각 작업 등을 진행중이지만 속도가 더딘 데다 파생상품 손실, 각종 만기 등이 다가오며 부실이 도처에 내재돼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채권단은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과거 범 현대가와 경영권분쟁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주식을 근간으로 발행했던 파생상품 손실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외국계 캐피탈사와 맺은 주식스왑 910만주의 만기가 4월로 임박한 데다 내년에는 농협증권과 맺은 620만주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채권단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으로 지난해 850억의 손실을 봤고, 현대상선은 만기 파생상품 규모만 2천억원에 육박해 이를 해결치 않고서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각각 4천510억원, 1천950억원에 달하는 점이 우려사항입니다.
S-Oil지분과 항공기 매각 등으로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한 한진그룹은 부동산 매각 등이 경기를 감안하면 제값을 받기까지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 점이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대기업 임원은 “자산매각, 부실 해소가 단기에 가능한 것이냐”며 “주관사 선정, 실사 등 단계가 있는 데 빨리 끝내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대한 치적과 투입한 채권 회수만을 위해 기업을 다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여건 탓이라기 보다는 오너 기업들이 당장의 손익만을 따져 미련을 놓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국 관계자는 “신뢰를 위해 조속히 해야 하는 데 더 비싸게 팔려고만 하고 매각 유예 등을 위해 버티는 것 아니겠냐”며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국과 채권단은 차질을 빚을 경우 STX와 동양그룹처럼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지고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죈다는 방침이어서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불황과 M&A 침체로 여건이 안된다’며 버티는 대기업과 부실기업에 예민해 져 있는 당국과 채권단의 힘겨루기 양상 속에, 헐값 매각·유동성 위기 확산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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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국 해당대기업과 감독당국, 채권단의 3각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각 그룹별로 이견이 발생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부그룹은 어떤 부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가장 먼저 자구안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하이텍,제철,건설 등 주력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표에서 보듯이 제철에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고, 메탈,하이텍,팜한농 등 주력 비금융계열사에 쏟아부은 돈이 역시 1조원에 육박합니다.
빚이 많지만 발전, 전자사업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동부화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양호한 상태입니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동부하이텍 지분과 합금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동부메탈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규모가 크고 전략적인 산업인만큼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느냐가 구조조정 성공의 열쇠입니다. 또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수조원이지만 보유지분을 매각해도 유입되는 자금은 고작 수천억원에 불과한데다 이른바 파운드리 업체라는 점에서 원매자를 물색하기 쉽지 않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보유지분과 이미 담보로 제공된 각종 부동산 매각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제철과 건설 등 유동성이 부족한 계열사의 운전,투자자금 부족, 회사채와 은행 여신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으로 한진그룹을 살펴보겠습니다. 한진그룹은 자체 부채비율도 낮추고 계열분리된 한진해운까지 구하려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겠죠?
<기자>
한진은 육상,해상,항공운송 등 운송사업이 주력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계열분리한 한진해운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손을 쓰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습니다.
결국 한진그룹은 우선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총 6,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을 빌려주고 올해 상반기중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계획입니다. 한진해운 자체적으로도 자산매각을 통해 1,000억원 가량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중인 S-오일 지분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한진에너지는 S-오일 지분 3,198만주(지분율 28.41%)을 보유한 S-오일의 2대 주주입니다. 1대 주주는 35%를 보유한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AOC입니다.
문제는 S-오일의 주가흐름입니다. 자구안 발표 당시의 주가는 7만2,4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6만5,00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주가가 불과 석달만에 10%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당장 지분을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이제 2조원이 채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유가하락으로 수익성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람코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매각가격은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오일 지분을 제때 팔지 못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자구안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앵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매각이 핵심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금융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강한 자구의지를 보였습니다만 증권사와 저축은행 매물이 홍수인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기도,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은 고민거리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싸고 범 현대가와 지분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평가에서 계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현대상선 보통주(가격 17,700원)와 현대증권 우선주(가격 5,850원)의 기초가격에 발행된 주식스왑과 옵션계약의 만기가 올해부터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상선의 주가는 1만3,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현대증권은 최근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6,300원대를 기록하면서 기초가격을 웃돌고 있습니다.
신평사들은 이대로 간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평가손실액이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단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고 현대그룹은 상선의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지지부진한 대기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마무리 되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앞서 언급한대로 대기업 구조조정은 3각 줄다리기입니다. 대기업과 감독당국, 채권단 사이에 3차 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채권단은 과거 웅진그룹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로 직행하면서 채권단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동양그룹이 은행빚이 아니라 회사채외 기업어음(CP) 같은 시장성 차입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은행의 감시에서 벗어난데 따른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러다보니 은행과 당국은 유동성 부족 대기업들에게 신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형부실이 발생할 후폭풍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반면 대기업 오너들은 경영권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알짜배기 자산을 내놓아도 원매자가 없거나 가격을 후려치려는 경우가 많아 본전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책임과 손실만 면하고 보자는 당국과 은행의 자세도, 잘못된 의사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오너도 한발씩 물러서야할 것입니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지만 테이퍼링 본격화를 비롯한 대외변수는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고 3각 줄다리기 끝에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포지티브섬`이 되어야 모두가 이익입니다.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다 모두가 손해를 볼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정치경제팀에 최진욱 기자였습니다.
지난해 말 대규모 자구안을 발표한 일부 유동성 부족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합니다.
감독당국과 채권단은 STX,동양그룹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대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자산매각이 원활치 않다면서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팀 최진욱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최 기자, 이들 대기업이 언제 자구책을 발표했죠?
<기자>
동부그룹은 오는 2017년까지 부채규모를 3조4천억원 감축하겠다는 자구안을 지난해 11월 27일 가장 먼저 발표했습니다.
한진그룹은 8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12월20일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내놨고, 현대그룹도 자산을 팔아 총 3조3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같은달 23일에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1분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데 이들 자구안이 좀처럼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광범위한 자구책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그룹별로 가시화된 자구안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위해 원매자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고, 한진그룹은 자구안의 핵심인 S-오일 지분을 1대 주주인 아람코에 매각하는 방안을, 현대그룹은 상선의 LNG사업부를 상반기 중에 매각 하기 위해 사모펀드인 IMM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자구안 실행이 왜 이렇게 더딘지, 채권단의 입장은 무엇인지 김정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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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채권단·대기업 구조조정 힘겨루기
채권단이 현대, 동부, 한진그룹에 대한 계열 매각, 부실 해소 등이 미흡하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 주채무계열 선정이 임박한 만큼 이들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입니다.
현대와 동부, 한진그룹은 각각 자구안을 내놓으며 매각 작업 등을 진행중이지만 속도가 더딘 데다 파생상품 손실, 각종 만기 등이 다가오며 부실이 도처에 내재돼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채권단은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과거 범 현대가와 경영권분쟁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주식을 근간으로 발행했던 파생상품 손실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외국계 캐피탈사와 맺은 주식스왑 910만주의 만기가 4월로 임박한 데다 내년에는 농협증권과 맺은 620만주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채권단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으로 지난해 850억의 손실을 봤고, 현대상선은 만기 파생상품 규모만 2천억원에 육박해 이를 해결치 않고서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각각 4천510억원, 1천950억원에 달하는 점이 우려사항입니다.
S-Oil지분과 항공기 매각 등으로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한 한진그룹은 부동산 매각 등이 경기를 감안하면 제값을 받기까지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 점이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대기업 임원은 “자산매각, 부실 해소가 단기에 가능한 것이냐”며 “주관사 선정, 실사 등 단계가 있는 데 빨리 끝내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대한 치적과 투입한 채권 회수만을 위해 기업을 다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여건 탓이라기 보다는 오너 기업들이 당장의 손익만을 따져 미련을 놓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국 관계자는 “신뢰를 위해 조속히 해야 하는 데 더 비싸게 팔려고만 하고 매각 유예 등을 위해 버티는 것 아니겠냐”며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국과 채권단은 차질을 빚을 경우 STX와 동양그룹처럼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지고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죈다는 방침이어서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불황과 M&A 침체로 여건이 안된다’며 버티는 대기업과 부실기업에 예민해 져 있는 당국과 채권단의 힘겨루기 양상 속에, 헐값 매각·유동성 위기 확산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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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국 해당대기업과 감독당국, 채권단의 3각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각 그룹별로 이견이 발생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부그룹은 어떤 부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가장 먼저 자구안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하이텍,제철,건설 등 주력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표에서 보듯이 제철에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고, 메탈,하이텍,팜한농 등 주력 비금융계열사에 쏟아부은 돈이 역시 1조원에 육박합니다.
빚이 많지만 발전, 전자사업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동부화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양호한 상태입니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동부하이텍 지분과 합금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동부메탈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규모가 크고 전략적인 산업인만큼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느냐가 구조조정 성공의 열쇠입니다. 또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수조원이지만 보유지분을 매각해도 유입되는 자금은 고작 수천억원에 불과한데다 이른바 파운드리 업체라는 점에서 원매자를 물색하기 쉽지 않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보유지분과 이미 담보로 제공된 각종 부동산 매각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제철과 건설 등 유동성이 부족한 계열사의 운전,투자자금 부족, 회사채와 은행 여신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으로 한진그룹을 살펴보겠습니다. 한진그룹은 자체 부채비율도 낮추고 계열분리된 한진해운까지 구하려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겠죠?
<기자>
한진은 육상,해상,항공운송 등 운송사업이 주력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계열분리한 한진해운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손을 쓰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습니다.
결국 한진그룹은 우선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총 6,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을 빌려주고 올해 상반기중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계획입니다. 한진해운 자체적으로도 자산매각을 통해 1,000억원 가량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중인 S-오일 지분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한진에너지는 S-오일 지분 3,198만주(지분율 28.41%)을 보유한 S-오일의 2대 주주입니다. 1대 주주는 35%를 보유한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AOC입니다.
문제는 S-오일의 주가흐름입니다. 자구안 발표 당시의 주가는 7만2,4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6만5,00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주가가 불과 석달만에 10%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당장 지분을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이제 2조원이 채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유가하락으로 수익성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람코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매각가격은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오일 지분을 제때 팔지 못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자구안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앵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매각이 핵심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금융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강한 자구의지를 보였습니다만 증권사와 저축은행 매물이 홍수인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기도,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은 고민거리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싸고 범 현대가와 지분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평가에서 계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현대상선 보통주(가격 17,700원)와 현대증권 우선주(가격 5,850원)의 기초가격에 발행된 주식스왑과 옵션계약의 만기가 올해부터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상선의 주가는 1만3,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현대증권은 최근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6,300원대를 기록하면서 기초가격을 웃돌고 있습니다.
신평사들은 이대로 간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평가손실액이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단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고 현대그룹은 상선의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지지부진한 대기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마무리 되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앞서 언급한대로 대기업 구조조정은 3각 줄다리기입니다. 대기업과 감독당국, 채권단 사이에 3차 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채권단은 과거 웅진그룹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로 직행하면서 채권단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동양그룹이 은행빚이 아니라 회사채외 기업어음(CP) 같은 시장성 차입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은행의 감시에서 벗어난데 따른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러다보니 은행과 당국은 유동성 부족 대기업들에게 신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형부실이 발생할 후폭풍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반면 대기업 오너들은 경영권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알짜배기 자산을 내놓아도 원매자가 없거나 가격을 후려치려는 경우가 많아 본전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책임과 손실만 면하고 보자는 당국과 은행의 자세도, 잘못된 의사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오너도 한발씩 물러서야할 것입니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지만 테이퍼링 본격화를 비롯한 대외변수는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고 3각 줄다리기 끝에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포지티브섬`이 되어야 모두가 이익입니다.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다 모두가 손해를 볼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정치경제팀에 최진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