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건강검진으로 미리 증세 알았다면 산재 아니다

입력 2014-03-20 11:19  

과로로 병세가 악화, 사망한 경우라도 회사가 지원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발병 가능성이나

관련 증세를 알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정정호 판사는 잇따른 연장근무로 간암이 발병,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A방송사 PD 최 모씨의 부인 윤 모(46)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최 씨의 건강은 2010년 1월께 신규 프로그램의 제작 총괄을 맡게 되면서 악화됐다.

기존 프로그램 방송분이 남은 상태에서 새 프로그램의 기획 작업을 동시에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럽으로 조사를 떠난 스태프가 현지 화산폭발로 귀국하지 못해

대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업무량은 폭증했다.

이런 와중에 같은해 5월 최씨에게 갑작스러운 복통이 왔고 병원을 찾은 최 씨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일을 멈추고 요양에 들어갔지만 최 씨는 한 달 후 간암으로 사망했다.

이렇게 되자 윤 씨가 "회사가 남편에 대한 안전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던 것.

윤 씨는 B형 간염 등 간질환 증세가 있었던 최 씨를 위해 회사가 업무를 줄여주는 등

배려를 하지 않아 병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가 회사의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2006년부터 이미 간 질환 증세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정 판사는 의심 증세가 발견됐을 때 추가 정밀검진으로 정확한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 조치를 회사에 요구할 책임이 최 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B형 간염이 추정되고 약간의 간기능 이상이 있다는 검진 결과가 최씨에게 통보됐고, 정밀검사가 권고됐다"며

"그런데도 최 씨는 추가 검사나 관련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간질환이 의심된다는 건강검진 결과만으로 회사가 최 씨를 요(要)치료자로 간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씨가 추가 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질병을 확인하고 진단서 등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

회사에 알리지 않았기에 회사에 노동시간 단축 등 특별조치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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