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어주는 여자] 5편. 패션에 꽂혔어

입력 2014-05-16 09:30  

그런 의미에서 ‘제2의 정형돈’과 ‘제2의 김나영’은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일단 둘의 공통점은 자신감이다. 이들은 어디 가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든지 간에 상대방을, 카메라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빛으로 제압해버린다. 물론 김나영은 다이어트 식단으로 몸매를 꾸준히 관리해 어떤 옷을 입어도 모델 같은 포스를 만들었지만, 정형돈은 불룩 나온 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밀면서 자신의 패션을 뽐내는 특이한 경우다.



우리는 절대 정형돈 같은 몸매를 갖고 싶어 하진 않지만 그의 당당한 자세는 ‘멋있다’고 표현한다. 외모가 아닌 태도, 즉 애티튜드가 그 사람의 멋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다시 강조하지만‘패션의 완성은 애티튜드’다. 정형돈을 보고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수군댈 순 있지만 결국 그런 애티튜드를 가진 사람이 패셔니스타라는 점, 적어도 패셔니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등학생 때 “난 모델이 될 거야”를 입에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키가 좀 컸고 팔다리가 길어서 스스로 “난 타고난 모델”이라고 외치고 다녔다. 물론 얼굴은 뒷받침해주지 못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고, 모델이 될 거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방과 후엔 늘 동대문, 남대문, 평화시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옷 구경, 액세서리용 구슬 구경, 원단 구경, 단추 구경에 빠져 살았다. 당시엔 공부와 담을 쌓은 그녀가 장래에 어떤 일을 할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의 소리가 많았다. 아주 당연히 그땐 그랬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 시절을 보냈고,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하다 몇 년 전 한 패션쇼 무대에서 그 친구를 봤다. 아, 그때의 감동이란…. 그녀는 여고생 때의 당당하던 모습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로 무대 위를 또각또각 걷고 있었다.


여전히 긴 팔과 다리로 무대를 장악한 그녀는 ‘내가 최고 모델이야’라는 표정이었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까지 느껴졌다. 단순히 얼굴만 놓고 봤을 때는 예쁜 축에 속하지 못하지만 모델로서의 포스와 아우라는 톱모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당당했고 멋있었다. 여고생 때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옷에만 관심 있는 키 큰 애’였지만, 모델이 된 지금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커리어우먼’이었다.


학교 후배나 주변의 대학생들을 보면 참 안쓰러운 때가 많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몰라 그저 사회가, 학교가, 부모님이 강요하는 길로 끌려가는 20대들 말이다. 점수에 맞는 대학·과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1학년 때부터 머리 싸매고 토익·토플 점수를 만들고, 해외 연수를 필수 코스처럼 의무감에 다녀온 뒤 기업의 인턴십에 목 매는 안타까운 젊음들. 물론 그 길과방향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손뼉을 쳐줄 일이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남들이 다 좋은 기업이라고 하니까, 남들이 다 원하는 직업이니까 그 길을 가는 건 참 불행한 일이다. 반대로 남들이 “쟤는 아직도 백수래”라며 손가락질한다 하더라도 그 길이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이라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내기 위해 잠시 웅크리면서 도약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정말‘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다. 그래서 모델을 꿈꿨던 내 친구처럼, 남들은 손가락질하더라도 꿈을 향해 한 길로 정진한 사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고 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패셔니스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패션 테러리스트에 도전해야 한다. 정형돈처럼 김나영처럼 그냥 당당하게,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면서,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 잘 입는다는 말을 일부러라도 많이 하고 다녀야 한다.


누가 봐도 “쟤는 패션에 꽂혀 있어”라고 보일 정도가돼야, “쟤는 참 과감하게 옷을 입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한 번 정도는들어봐야, “별로일때도 있지만 늘 뭔가 새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게 보기 좋네”라는 평가도 받아본 적이 있어야 진정한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단계를 거쳐야 자신만의 패션 감각을 찾아낼 수 있다.



그저 패션을 즐기기 위해 옷을 잘 입고 싶어 하는 사람이든, 모델이나 디자이너 같은 직업을 갖기 위해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든, 연예인처럼 특수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남들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사람이든 간에 요즘엔 누구나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외모도 경쟁력이 된 이 시대에 옷을 잘 입는 것, 센스 있게 코디하는 것 역시 능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은 남다른 경쟁력으로 인식된다. 그것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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