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식 조문 시간인 10시보다 한 시간 가량 앞서 이 곳을 찾았다. 조문에는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민경욱 대변인 등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전 8시 45분경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달았다. 박 대통령은 홀로 5분 가량 천천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 앞에서 헌화 및 분향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이 조문하는 모습에 유족들은 정부의 부실한 사고 대책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방명록 작성을 마친 박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다가가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한 유족은 "대통령께서 내 자식이 이렇게 됐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마음으로 이번 사고를 해결해 달라"며 "이번에 희생된 학생들도 다 대통령 자식이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유족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분향소 한 쪽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거 아니냐", "대한민국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누구한테 아이를 맡겨야 하느냐" 등 항의가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된 모든 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유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과의 대화를 마친 박 대통령은 9시 9분 경 분향소를 떠났다. 합동분향소에 머문 시간은 총 20분 정도였다. 박 대통령의 조문 이후에도 유족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일부 유족들이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항의하면서 합동분향소 밖으로 박 대통령의 조화가 옮겨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오기 전에는 안산실내체육관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화랑유원지로 분향소 이전작업이 한창이었다. 희생자 부모들은 자녀의 영정과 위패를 끌어안고 임시분향소에서 2km 가량 떨어진 화랑유원지로 자리를 옮겼다. 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 159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박 대통령의 이번 조문은 자신과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와 대국민 사과 요구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침몰사고 14일 째인 현재, 사망자가 193명에 이르고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실종자도 100명이 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사고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수습과정은 온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자리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난맥상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에 대해 질타했지만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후 이날 오전 10시 30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계기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27일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같은날 오전 세월호 사고 범부처 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진도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아침 일찍 항공편을 이용해 진도현장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