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57편. 그림자펀드

입력 2014-05-07 09:30  

인류가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불에 비친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림자!?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이다.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어떤 사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 그림자다.


주가연계펀드 ELF(Equity Linked Fund)는 요즘 시장 여유자금이 몰리고 있는 주가연계증권 ELS(Equity Linked Securities)의 그림자다. ELF는 ELS를 만들 수 없는 자산운용사가 그와 유사한 상품으로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ELF는 파생상품펀드의 일종으로 대부분의 펀드자산을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여 만기 때에 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 잔여재산을 증권회사에서 발행한 ‘ELS Warrant(권리증서)’로 편입해 펀드 수익률이 주가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실적배당 구조화상품’이다.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ELF는 ELS 성과에 연동된다. 같은 구조화 상품으로 많은 부분이 유사하지만 각기 증권과 펀드라는 근본적 차이로 인해 과세방법과 운용보수체계에서 차이가 있다.


증권인 ELS가 발생된 수익에 대해 전액 과세되는데 비해 ELF는 주식을 통해 얻은 수익은 과세되지 않고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에 대해서만 소득세(15.4%)가 과세된다. 그리고 펀드인 ELF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대가인 운용보수를 지불해야 한다.


ELF(or ELS)는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으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처한 횡보장세에서 장점이 발휘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횡보장세가 마감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기억하고 감내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비용 면에서 일반적인 주식형펀드보다 부담이 크고, 환매가 자유롭지 못한 폐쇄형 (만기가 보통 1~3년이며, 3~6개월 마다 주가가 약정한 목표수준에 도달하면 조기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줌)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투자해야한다.


ELF의 만기 전 환매수수료는 원금과 수익을 합한 환매금액의 3~10% 쯤 된다. 수익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일반펀드와 다르다. 따라서 손실구간에서도 투자자가 원해 환매를 할 경우 환매 수수료가 발생한다.


특히 ELF(or ELS)로 대표되는 구조화상품은 약속한 성과를 돌려받기 위한 충족조건 (예: 펀드 내 기초 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50%가량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 달성여부를 면밀히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


상품을 소개하는 홍보성 기사나 상품 안내장에 나와 있는 조기 환매나 최대수익률은 충족조건이 달성되었을 때 얘기다. 화려한 혜택에만 눈을 돌리고 기초 자산이나 시장상황을 간과하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실에 내몰릴 수 있다.


만일 충족조건 성과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기초 자산이나 시장상황이라면 투자를 중지하고 다음모집 회차(回次. 판매사가 모집기간을 정해놓고 판매)를 기다리거나, 조건 달성이 유리한 상품이라 여겨지는 상품을 찾아나서는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이 그림자펀드 ELF를 활용한 현명한 투자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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