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역린' 레어템 조정석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입력 2014-05-27 09:06  

배꼽을 잡게 만들 정도로 웃기다가도 감동을 주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다른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캐릭터만 주구장창 선택하는 사람. 그렇기에 배우 조정석(34)은 단연 레어템(Rare Item)으로 통한다.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 그리고 ‘역린’(이재규 감독, 초이스컷픽쳐스 제작)에 이르기까지. 어느 캐릭터 하나 강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상적이다. 그래서 조정석이라는 이름 석 자 역시 예사롭지 않다.



조정석은 ‘역린’에서 살인 기계 살수 역을 맡았다. 젓가락 한 쌍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고, 사람의 흔적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무(無)감정의 인물. 그러나 그런 살수에게도 지키고 싶은 것 하나쯤은 있었다. 바로 그런 괴물이 사랑한 한 여자. 살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조(현빈) 암살에 나서게 된다. 한 나라의 왕을 없애라는 특명을 받은 인물 살수는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조정석에게 또 다른 모습 하나를 안겨줬다.

◆ “억누르면서 분출해야되는 캐릭터 연기 힘들어”

벌써 3번이나 ‘역린’을 관람했다는 조정석.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은 물론, 영화를 분석해나가는 힘까지 기르고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관계성, 흥미롭고 재미있는 구성력에 매력을 느껴 ‘역린’에 합류하게 됐다는 조정석은 오로지 을수(살수)의 감정 선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시나리오에 없는 서브 텍스트에 대한 생각까지 만들어내야 했던 조정석, 유니크한 배역을 따내는 배우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독특한 캐릭터를 맞게 되는 건 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줘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는 누가해도 재미있었을 거예요. 제가 했기 때문에 ‘조정석다운’ 납득이가 탄생됐을 뿐인 거죠. 을수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훨씬 더 멋있을 수도 있고, 임팩트가 강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 역할들만 골라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선택했던 거죠. 정말 운인 것 같아요.”

제작보고회 때 조정석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고. 비를 맞으며 촬영하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말이다. 사실 그 때는 그랬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열어보는 순간, 조정석의 그 말을 아주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 결정적인 사건, 생사를 다투던 그 순간. 지금 생각해도 그 모습이 무척이나 선명해진다.

“마지막 장면은 한 달 넘게 촬영을 했어요. 계속 비를 맞으면서. 사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이 잘 안 돼요.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가서 한 5일 정도만 경험해보시면 충분이 느끼실 거예요. 하하. 평소 몸을 쓰는 걸 좋아해서 재밌었지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어요. 감정을 가지고 액션 동작을 해야 되니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을수는 아프면서도 계속해서 억누르며 살아온 인간이에요. 억누르면서 분출하는 게 꽤 힘들었어요.”



◆ “납득이라는 굴레, 벗어나고 싶은 생각 없어”

영화 ‘역린’은 그랬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영화의 특성상 허구라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찌 보면 현대극보다는 어려운 점이 많다. 오로지 배우가 그 역할에 충실해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야 된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배우의 상상력에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은 것 이상을 내보이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뽐낼 수도 있다. 그래서 조정석은 더욱 흥미를 느꼈다.

“현대극은 아무래도 편안한 감이 없지 않아요. 분장도 오래 걸리지 않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더 접하기 쉬운 이야기들이잖아요. 반면에 사극은 상상력으로 구현되는 부분들이 많으니까 좀 어렵기도 해요. 그래도 사극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요. 어느 정도 배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관객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여요. ‘저럴 수도 있겠다’ 하고요. 배우로서 볼 때 그런 게 또 다른 진짜 재미인거죠. (웃음)”

지금까지의 모습을 뒤돌아봤을 때, 조정석은 항상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배우다. 어떤 역할도 평범한 것이 없다.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를 보고 배꼽을 잡으며 웃었고, ‘관상’ 속 팽헌이 추는 춤은 널리 알려져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살수 역시 마찬가지다.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평정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 그래서 앞으로의 조정석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무궁무진하다.

“조정석이라는 특색이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뿐이에요. 물론, 모든 연기를 같은 느낌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판단은 관객의 몫이니까 어쩔 수 없고요. 하하. 납득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려고 애쓰지는 않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조정석이라는 배우를 알게 해준 배역이니까. 얼마 전, ‘역린’ 무대 인사를 갔는데 들어서자마자 ‘납득아!’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런 존재에요. 그래도 언젠가는 납득이가 차차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납득이 대신 온전한 조정석으로 남을 그 날이 오겠죠?”

그냥 연기를 하는 배우는 많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이 없다. 그 누가 맡아도 온전히 잘해낼 배역이 있는가하면, 그 배우였기에 이렇게 탄생됐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는 배역이 있다. 조정석이라는 이름 석 자를 걸고 이미 답은 나온 것 같다. 당연하면서도 누구나 겪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사진=올댓시네마)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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