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잔혹사 되풀이‥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김정필 부장

입력 2014-06-09 17:13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당국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함에 따라 KB는 또 한 번 CEO 잔혹사를 되풀이하게 됐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논의가 불가피해지면서 성과를 내야하는 시점에 오히려 경영권 행사에도 장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김정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나란히 중징계를 통보받게 되면서 KB는 또 한 번 CEO 잔혹사라는 질긴 악연을 끊지 못했습니다.

회장은 정보유출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으로써, 행장은 도쿄지점 사고 리스크관리자로써 책임을 면키 힘들고 최근에는 양 측간 내홍까지 더해지며 중징계가 점쳐져 왔습니다.

김정태 전 행장,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회장 대행 겸 행장, 어윤대 전 회장에 이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이르기 까지, 중징계 금융사라는 불명예 계보를 이어가게 된 셈입니다.

KB가 징계 확정 전에 소명의 기회를 통해 수위를 낮추기 위한 행보에 나서겠지만 최근 분위기상 수위가 조정될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각종 금융사고에 금융당국 수장 교체설마저 거론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중징계를 경징계로 낮출 경우 적정성 논란,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피아 논란 속에 재정부 출신인 임영록 회장과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건호 행장 어느 한 쪽만 징계하거나 수위를 낮추는 것도 부담되는 만큼 양비론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른 KB를 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낙하산 인사의 누적된 병폐가 지금에서야 터져 나온 것이라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입니다.

조직을 모르고 중장기 비전이 있을 리 만무한 낙하산, 하나의 조직에 의사결정 기구가 엇갈리는 데 따른 줄서기, 임기내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각종 비리와 중징계로 점철돼 왔다는 것입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정보유출, 도쿄지점 사고, 허위확인서 발급은 성과집착, 줄서기, 기강헤이가 그 근간에 있다”며 “내부소통·통제에 문제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징계로 KB는 향후 경영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중징계를 받아도 임기는 보장되겠지만 향후 추가 사고 발생시 가중처벌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징계 후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리더십과 도덕성, 이미지 추락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된 만큼 대내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현실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방향성을 정해 주는 역할이 경영진·임원을 포함한 메니지먼트 쪽인데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경영은 당연히 맞물린다. 파워(장악력)가 떨어지겠죠. 내부 추스르기 먼저이다. 고민일 것”

당국의 통보대로 중징계가 결정되면 두 수장은 원칙상 임기는 채우겠지만 향후 ‘지키는 수준의 경영’, 다음 경영진을 감안한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불가피합니다.

태생적인 한계와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 번에 터져나온 KB가 과연 가시밭길 지배구조 개편, 뼈를 깎는 내부혁신과 개조 등을 어떻게 전개하고 조직을 추스려 나갈 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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