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량 선고받은 미수범

입력 2014-06-09 16:03  

사회통념상 성폭행범은 성폭행미수범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 것이 합당하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반대되는 일이 벌어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사한 상황에서 발생한 성범죄와 관련 법원이 성폭행범보다 미수범에게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정도영 부장판사)는 9일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기소된

A(23)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7일 오전 3시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술집에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B(22·여)씨와

술을 마시다가 B씨가 만취하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재판부는 이와 달리 또다른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C(23)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성폭행범보다 미수범에게 6개월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초범이고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지난해 10월 4일 새벽 함께 술을 마시던 D(20·여)씨가 만취하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던 중

뒤늦게 정신 차린 D씨가 도망쳐 미수에 그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C씨는 반항하는 D씨를 제압하려다 약 3주간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성폭행 미수범인 C씨의 형량이 높은 이유는 상해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 한 가지.

강간죄는 실제 범행을 저질렀는지, 미수에 그쳤는지와 관계없이 기본 형량은 같다.

C씨는 여기에 상해죄가 추가로 인정돼 강간상해죄로 기소,최종적으로 경합범이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번의 범죄 행위로 두 개 이상의 법 조항을 어긴 경합범은 가중 처벌된다.

형법상 강간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반면 강간상해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다만 A씨는 6개월의 감형에 그쳤지만 C씨는 미수에 그친 점이 참작돼 이보다 많은 2년을 감형받았다.

청주지법의 한 관계자는 "성범죄에서의 기·미수는 양형 요소로만 고려될 뿐이고,

형법에서 강간상해죄와 같은 경합범은 그 죄를 더 엄히 따지는 까닭에 두 사건은 출발부터 달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확실히 법은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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