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아토피혁명(9)] 수십년 시달려온 아토피가 치료될까?

입력 2014-06-24 14:25  



어느 날 성인아토피 환자 한 명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부모님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환자는 모자를 푹 깊게 눌러 쓴 모습에서 이미 체념과 불안, 분노 등의 마음이 드러났다. 심한 얼굴아토피 환자가 아닌 이상, 환자의 이런 태도는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다.


환자의 어머니는 아토피가 치료된다는 소문을 듣고 남편과 아들을 설득해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모자를 쓴 환자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어머니, 그리고 아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 가족의 첫 인상이었다.


환자는 진료 내내 모자를 눌러 쓴 채 말이 없었다. 환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소아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이 있던 것이 본인의 책임이란 생각에서인지 아들을 대신해 진료에 임하고 항변하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의 아버지는 이런 부인과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이 환자는 출생 시부터 발생한 유아아토피피부염이 수십 년간 만성화되고 얼굴과 전신에 열과 함께 피부염증이 심한 상태였다. 하지만 핵심 원인은 강해지길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도망치고 싶어하는 환자 내면의 화(火)였다.


진료 내내 묵묵부답이던 환자가 입을 열었다. 환자는 아토피치료법을 찾아서 공기가 좋다는 외국에 나가 6개월간 살았을 때 아토피증상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 입국해 인천공항에서 한국 공기를 들이쉬는 순간부터 가렵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않아야 할지,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환자는 지금도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 하지만 증상은 낫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본인은 아토피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하며 치료를 해서 나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GMS 진료실에서 치료되는 다른 환자들의 사례를 보았음에도 이 환자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 본인의 마음이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 가족들을 설득해 올라온 어머니만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럴 때는 step by step으로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우선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셈 치고 1개월만 치료를 받아 보도록 권유하고 1개월 후에도 호전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면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환자는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에서였는지, 아토피치료법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였는지 고민 끝에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환자가 다음에 내원했을 때 물어보니 열의 관점에서 아토피피부염이 바라보고 치료한다는 것이 공감 됐다고 말했다.


그 환자는 1개월 후에도 2개월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지금은 증상 개선 단계를 지나 체질 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토피피부염으로 그 동안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토피증상이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취직을 해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 가족에게는 아토피피부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떤 아토피치료법이 효과적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한 경우였다. 서로간의 믿음, 존중, 사랑이 있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환자의 치료를 시작한지 2~3개월이 지나 환자 가족이 한의원에 내원했을 때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환자가 모자를 벗고 온 것이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인도 그 동안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어머니가 대신 말을 해 주지 않아도 본인이 말을 했다. 환자의 아버지는 이제 못마땅한 눈빛이 아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환자를 바라봤다.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은 단순한 피부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다. 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프리허그 정신이다.


한의사 서산은 ‘아토피혁명’ 실용편의 저자며, 프리허그한의원 서초본점의 수석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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