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한은이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내린 3.8∼3.9%로 제시할 것으로 보면서도, 하향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망치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내려가면 기준금리 방향이 인하 쪽이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1년2개월째 기준금리가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8%로 낮추나
민간경제연구소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으므로 한은도 애초 예상했던 4.0% 성장률을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 둔화에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번 달 세계 및 주요국 경제에 대한 수정 전망을 하기에 앞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0%로 낮춘 점이다.
당시 IMF는 한파와 폭설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로 뒷걸음질한 것을 반영했는데, 이후 성장률 확정치가 -2.9%로 대폭 수정됐다. 이상기후 여파가 훨씬 심했던 것이다.
IMF가 이런 변화를 반영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금의 3.6%에서 낮추면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4월 한은은 세계경제가 연간 3.6%, 미국경제는 2.8%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4.0%를 제시했다.
여기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타난 소비 부진도 반영해야 한다.
전월 대비 1.2% 감소한 4월 서비스업 생산은 5월 0.6% 반등하는 데 그쳤다. 소매판매 역시 4월에 1.6% 감소했으나 5월 반등 폭이 1.4%밖에 안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낙폭을 만회하지 못한 것이다.
한은은 GDP에서 내수 기여도가 수출 기여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내수 회복이 더뎌 기존 전망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8%로 제시된다면 통화정책 변화가 크지 않겠지만, 3.6% 이하로 내린다면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하반기 국내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가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되더라도 상반기 국내 경제 부진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며 "하반기에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세가 강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은이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현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연초 예상대로 3.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영향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 기준금리, 14개월째 동결될 듯
한은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강한 부양책을 쓸 것이란 기대만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중 최저치인 2.6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런 요소다.
그러나 이달 기준금리는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경제지표가 신통치 않지만, 경기 회복 기조 자체가 꺾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인 GDP갭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은 연 2.50%의 기준금리가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부실장은 "경기가 2012년 말께 저점을 치고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성장세가 미흡한 것이지 성장 경로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5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7% 줄어 2008년 12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7%로 급락했으나 소매판매와 서비스생산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는 민간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 금리 수준은 이미 낮아져 있어 한 차례 인하로 경기 회복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최소 두 차례는 인하해야 유동성 공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를 내린다 해도 연 2.0%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어서 경제 주체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움츠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해외 10대 IB들은 대체로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까지는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바클레이즈는 3분기, 모건스탠리는 4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